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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분단장 곱게 한 분단나무





















 


분단나무

Viburnum furcatum Blume ex Maxim.

 

산분꽃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한라산과 울릉도, 강원도의 자병산에 자생한다.

2~5m 정도 높이로 자라며 4월 중순부터 지름 반뼘 정도의 꽃차례를 피운다.

산수국처럼 꽃차례의 중앙부에 양성화가 피고 가장자리에는 헛꽃이 달린다.

 

    




 

분단나무가 자라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 정도만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귀하다.

 그 중에 찾아보기 쉬운 곳이 한라산으로, 봄에 꽃이 피면 차타고 가다가도 눈에 띈다.

분단나무도 산수국처럼 가운데에 작은 꽃들이 모여 피고 가장자리에 장식화가 달린다.

쪼글쪼글 주름이 많은 잎은 활짝 펴지면 원형에 가까운데 새순이 나올 때는

양쪽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려 있어서 귀여운 여인의 입술 모양을 하고 있다.


(분단나무의 어린 잎은 입술을 닮았다.(가운데 부분))


분단나무는 남북이 분단되기 전 옛날부터 이미 분단나무로 불리었는데,

옛 문헌에서 한자로 粉團으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어서 뜻이 짐작이 된다.

 자는 가루 자로 동사로 쓰일 때는 칠하다’, ‘화장하다는 의미가 되고,

 자는 둥글 ’, 또는 덩어리 자로 둥근 모양이나 집합을 뜻한다.


분단나무의 꽃차례를 보면 왜 粉團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하얀 꽃잎이 살짝 홍조를 띤 듯해서 분을 바른 옛 여인의 얼굴처럼 화사하고,

꽃차례가 둥글어서 옛날의 분통이나 분첩을 떠올리기에 충분한데다가

잎 모양 또한 여느 나무와 확연하게 구별될 정도로 둥근 모양에 가깝다.

그러니까 분단나무의 이름은 꽃차례가 분 바른 듯 화사하고 둥글다는 의미로 풀이가 된다.



옛날에 분이라고 부르던 것은 요즈음 수많은 종류의 화장품으로 진화했고

 분을 바른다는 표현은 옛말이 되고 지금은 화장을 한다라고 말한다.

아주 옛날에는 분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분은

 195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오랜 세월 애용했던 코티분일 것이다.

그 코티분의 둥근 통이 화사하고 포근한 솜꽃들로 디자인이 되어있었다.


분단나무의 꽃차례를 보면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그 코티분 통을 닮았다.

그 시대 여인들은 동동구리무 찍어 바르고 코티분 톡톡 두드리면 화장이 끝났다.

비록 가난했던 삶이었으나 마음은 순박했고 정은 애틋했다.

여인들의 화장품이 비싸지고 화장은 화려해지는 이 시대에는 

순정은 버려진 고무신이 되고 순수의 빛은 바래가는 듯하다.  

 

2018.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