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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팔손이의 슬픈 전설




















 

 

팔손이

Fatsia japonica (Thunb.) Decne. & Planch.

 

두릅나무과의 늘푸른떨기나무로 남해안의 일부 섬과 제주도의 바닷가에 분포한다.

3m 까지 자라며 11~12월에 지름 3cm정도의 둥근 꽃차례가 원추형으로 달린다.

가장 높은 곳의 꽃차례에는 대부분 양성화가 피고, 아래쪽 꽃차례에는 수꽃만 핀다.

 

    

 


 

옛날 인도 어느 왕국의 공주가 생일을 맞아 예쁜 쌍가락지를 선물로 받았다.

 어느 날 시녀가 공주의 방을 청소하다가 호기심으로 양손의 엄지에 하나씩 껴 보았다.

그런데 잠깐 끼어보려 했던 반지가 빠지지 않자 손가락에 수건을 감아 감추고 다녔다.

반지를 찾기 위해 왕이 궁궐의 모든 사람을 조사하자 시녀는 두 엄지를 안으로 접고,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여덟 개밖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서 그 시녀가 나무로 변한 것이 팔손이라고 한다


 

전설이기는 하지만 시녀에게 벼락을 내리다니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인도에는 어떤 종류의 팔손이가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 보지 못했으나

국내에 자생하는 팔손이는 학명이 Fatsia japonica’이므로 일본팔손이라고 할 수 있다.

속명 Fatsia 일본어로 팔손이를 뜻하는 의 발음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 지방에서만 볼 수 있으므로 팔손이 분포지의 변두리가 된다.


팔손이는 잎이 7~11갈래까지 다양하게 갈라지지만 이름대로 여덟 갈래가 보통인데,

우리나라 자생식물들 중에서는 가장 잎이 넓어서 어린이용 우산만 하다.

겨울에도 싱싱한 잎을 자랑하며 막대사탕 같은 꽃을 피운 팔손이를 만나면

잠시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국적인 매력 때문에 집안에서 화분에 기르기도 하고

기후가 온난한 남부지방에서는 거리나 공원에 흔히 심는다. 



제주도의 남쪽 해안 올레길을 걷다보면 팔손이보다 더 큰 잎을 단 식물을 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그냥 팔손이려니 하지만 잎을 자세히 보면 팔손이에 비해 광택이 없고

주름이 많은 편이며, 네 번은 깊게, 다섯 번은 얕게 교대로 갈라져 있다. 

이 식물은 통탈목인데 대나무처럼 속이 빈 줄기 안쪽에 하얀 섬유질(, pith)이 있다.

이 섬유질을 약재나 담배를 말아 피는 종이로 쓰려고 재배하던 것이 야화된 것이다.


모든 산천초목이 마르고 퇴색하여 삭막한 겨울에는

이런 이국적인 식물들이 어우러진 남해안의 섬들이나 제주도의 바닷가를 걸어볼만 하다.

팔손이와 통탈목의 푸르고 넉넉한 잎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2018. 10. 22.







  

통탈목 通脫木

Tetrapanax papyrifer (Hook.) K.Koch

 

두릅나무과의 늘푸른떨기나무로 제주도에서 재배하던 것이 야화되었다.

6m 높이까지 자라며, 잎의 지름이 60cm정도로 7~12갈래로 갈라진다.

11~1월에 연한 황색 꽃이 피며 꽃차례와 꽃자루가 부드러운 털로 싸여있다.

중국 이름이 통탈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