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굼부리에서 만난 식나무



 














식나무 

Aucuba japonica Thunb.

   

남부 해안지방과 울릉도의 낮은 산지에 자라는 식나무과의 늘푸른떨기나무.

3m 정도 자라며, 암수딴그루로 3~4월에 가지 끝에 지름 7mm 정도의 꽃이 핀다.

열매는 대추크기로 겨울에 붉게 익어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달려있다.

 

    


 

식나무는 야생에서 그리 흔치 않은 나무다.

제주도에 오래 살아온 친구에게 식나무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어느 오름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철조망으로 경계를 지은 사유지여서 점잖지 못하게 엉성한 틈새로 넘어가야 했다.


(봄까지 달려 있는 열매와 개화 직전의 수꽃차례)


그 오름의 분화구에는 식나무 수십 그루가 무리를 이루어 자라고 있었다.

분화구는 제주도 말로 굼부리라고도 하는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산굼부리다.

식나무는 땅심이 깊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므로 그 굼부리에 많이 사는 모양이다.


식나무가 자라는 굼부리는 말굽모양으로 한 쪽이 터져서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오름을 힘들게 오르지 않고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굼부리 바닥으로 들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식나무 외에도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귀한 식물들이 많았다.

분화구는 어느 정도 격리된 공간이어서 여느 산이나 들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이 많다


(수꽃차례) 

식나무가 군락을 이룬 그 굼부리의 평탄한 바닥은 축구장 하나가 들어갈 만하고

 주위는 경기장의 관중석처럼 원형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사발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제주에 오름이 360개나 된다지만 그 정도로 기하학적으로 반듯한 오름은 많지 않다.

그렇게 멋지고 특별한 곳이 한 개인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식나무의 이름은 한자로 표기된 자료가 없어서 유래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남부지방에 흔한 참식나무와도 분류계통상이나 모양이나 닮은 곳이 없다.

가지가 녹색을 띠어서 일본에서는 아오끼(靑木, アオキ)라고 부른다.


(암꽃차례)



식나무는 사철 푸른 잎이 두텁고 광택이 있으며 녹색이 선명한데다가

겨울부터 봄까지는 원색에 가까운 새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서,

야생의 수수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에서는 귀티가 돋보인다.

그래서 울타리나 정원에 심으면 좋다고 식()나무라고 부르는지

싱겁고 어설픈 상상을 해 볼 따름이다.

 

2018.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