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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꽝꽝나무 소리



 
















꽝꽝나무

Ilex crenata Thunb. f. crenata

 

변산반도 이남과 제주의 숲에 자라는 감탕나무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암수딴그루로 3m 정도 자라며, 5~6월에 지름 5mm정도의 꽃이 핀다.

회양목과 비슷하나 잎이 어긋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한라산 고원 습지에서 꽝꽝나무의 고달픈 삶을 보았다.

어느 해 겨울 몹시도 추웠던지 높은 가지는 냉해를 입어 죽고, 

노루가 뜯어먹고 남은 잎들은 이끼처럼 바위에 붙어 살고 있었다.



꽝꽝나무는 작은 키에 잎과 꽃도 자잘해서 분재로 흔히 가꾸어진다.

사람 보기 좋으라고 이리 잘리고 저리 비틀리는 분재는 괴로운 삶이다.

꽝꽝나무를 사람의 취향에 맞도록 50여 가지가 넘는 품종으로 개량하여

정원이나 공원에서 오리나 곰의 모양으로 다듬어 내기도 한다.


꽝꽝나무의 이름은 불에 탈 때 도톰한 상록의 잎이 머금은 수분이

열기에 팽창해서 터져 나오는  꽝꽝소리에서 유래되었다. 

이 나무는 워낙 자잘해서 땔감으로 꽝꽝소리를 내었을 것 같지는 않고

산불이 나거나 옛날에 봄마다 오름에 불을 놓을 때 났을 것이다.

힘겹고 왜소하게 살아온 나무의 마지막 자존심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제주도에서 예전에 봄마다 오름이나 들에 방애불을 놓아 진드기를 없애고,

소와 말이 먹는 풀이 잘 자라도록 나무가 커서 숲이 되는 것을 막았다. 

자연보호에 관한 수많은 법이 있는 이 시대에 누가 감히 불을 지르겠는가.

 인간과 동물과 숲과 대지가 서로 어울릴 때 진정한 자연의 의미가 있다. 

온갖 법령으로 인간과 분리시켜 눈으로만 즐기라고 하는 자연은

그림의 떡과 같은 명분상의 자연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제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은 방애불을 놓던 그 옛날을 그리워한다.

소와 말을 기르며 해마다 불을 놓았던 때의 오름이 진정한 오름의 원형질이었다며

 이미 대부분 숲으로 변해 생태계가 단순해져버린 오름을 안타까워 한다.

이제 다시는 꽝꽝나무가 꽝꽝거리며 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이번 겨울에는 화목난로가 있는 친구 집에서 꽝꽝나무 가지 하나씩 태워가며

늘 궁금했던 소리를 한 번 들어보려 벼르고 있다

 

2018.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