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상동나무의 블루오션



 

















 

상동나무

Sageretia thea (Osbeck) M.C.Johnst.

 

전남과 제주도의 바다 가까운 숲에 자라는 갈매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줄기는 2~3m 정도 자라서 덩굴처럼 휘며 가지 끝이 가시처럼 변한다.

10월 초순에 지름 3mm정도의 꽃이 피고 이듬해 봄에 열매가 익는다.



    

 

나무들은 대체로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만든다.

봄에 새잎을 내고 여름에 성장하고 가을볕에 열매를 익히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새들의 양식이 되어주고 종자를 퍼뜨리는 것도 좋은 거래다.

그러한 삶의 주기를 반대로 살아가는 나무도 더러 있는데 상동나무가 그중의 하나다.


(늦가을에 핀 상동나무 꽃. 11월 중순)


상동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고 열매를 자랑하는 늦가을에 꽃을 피운다.

겨울 동안에 열매가 굵어지고 5월쯤 열매가 까맣게 익어서 맛이 든다.

상동나무라는 이름은 겨울에도 생생하게 잎을 달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열매에 영양을 공급하려고 추운 겨울에도 잎이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낙엽이 지는 나무이면서도 겨울에 3분의 1정도의 잎을 단채로 월동을 한다

 

생각해 보면 상동나무가 왜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하는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키가 작고, 꽃도 작고, 열매도 자잘해서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방식은 경쟁의 피바다, 즉 레드오션의 반대 개념인 전형적인 블루오션 전략이다.

주로 바다 가까운 지대에 자라는 상동나무는 푸른 바다에서 블루오션을 배웠나보다.


(겨울에 잎을 달고 열매를 익히고 있는 상동나무)


남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상동나무 열매에 추억이 많은 듯하다.

상동나무는 키가 작아서 어린 아이들도 열매를 쉽게 따먹을 수 있었다.

어렵게 살던 시절, 오월에 아이들은 새콤달콤한 상동열매를 따먹는 맛에

입 언저리와 손바닥이 까맣게 된 것도 모르고 돌아 다녔다고 한다.

 내 고향에는 상동이 없었지만 밀이나 콩을 불살라먹고 까맣게 되었었다

 

그 시절이 그리워 가무잡잡한 아이들이 사는 나라로 가끔 여행을 간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왜 그리 힘들고 고생스러운 여행을 하느냐는 둥,

별로 볼 것도 없는 곳에 뭐 하러 가느냐는 둥 이해를 할 수 없다지만,

내 어린 시절의 낙원 같은 곳에 사는 천사들을 만나러 그곳에 간다.

 

2018.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