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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똥나무가 돈나무 된 사연



 















 

돈나무 돈나무과

Pittosporum tobira (Thunb.) W.T.Aiton

 

서남해안과 제주도의 바닷가에 자생하는 돈나무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잎은 어긋나고 가지 끝에서는 돌려나며, 가장자리가 약간 뒤로 말린다.

암수딴그루로 4~5월에 새가지 끝에서 지름 2cm정도의 꽃들이 핀다.

    

 

 

돈나무는 남해의 섬들과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늘푸른 나무다.

봄에 윤기 흐르는 녹색의 잎 가운데에 모여 피는 하얀 꽃은 단정하고 향기롭다.

잎은 바닷가의 강한 햇살과 바람, 염분에 견딜 만큼 두껍고 코팅이 되어 있다.

잎가장자리가 뒤로 말린 듯한 모습도 아마 바닷가의 거친 환경 때문인 듯하다.



이 나무를 보면 당연히 왜 돈나무가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나무가 특별히 희귀하거나 효용이 있어서 돈이 될 만한 까닭이 없고,

엽전이나 동전이나 지폐나 돈의 모양을 닮은 구석도 찾을 수 없다.

흔히 돈()하면 쉽게 연상되는 돼지와도 관련 지을 만한 단서도 없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똥낭으로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우선 이 나무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줄기나 뿌리 껍질을 벗길 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서 똥나무, 제주어로 똥낭이 되었다는 설이다.

게다가 가을에 이 열매가 붉게 익었을 때 진득진득한 젤리 같은 것에

파리가 많이 꼬이기 때문에 이 유래설은 상당히 개연성이 높다.


(가을에 익어 벌어진 돈나무의 열매)


똥낭유래설은 그렇다 치고 돈나무로 표기된 과정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1942년에 정태현 선생이 발간한 조선삼림식물도설에 처음 등장한다.

이 나무의 이름을 표준말로 정리할 때, 똥나무라는 이름이 듣기에 거북하므로

발음을 좀 순화시켜서 돈나무로 등록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이름이 정해진 1942년은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설치던 일제 치하였다.

일본 학자들이 나무의 향명을 조사할 때, 제주 사람들이 아무리 똥낭으로 불러도,

그대로 발음이 되지 않고 그들의 문자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기도 불가능했다.

그들이 소리 내고 쓸 수 있는 이름은 돈난’(トンナン)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꽃(왼쪽)과 암꽃(오른쪽)) 


일제의 식민지배는 우리나라 식물의 이름 여러 곳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학명은 물론이고 우리말 정명을 정하는 데도 왜색의 영향이 적잖이 있는 듯하다.

만에 하나 일본인 특유의 발음 탓에 이 되었다면,

적어도 죄 없는 돈나무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2018.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