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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호자나무의 자매들



 















 

호자나무

Damnacanthus indicus C.F.Gaertn.

 

제주도와 홍도의 난대림에서 자라는 꼭두서니과의 늘푸른떨기나무.

무릎 아래 높이로 자라며, 잎과 비슷한 길이의 가시가 촘촘하다.

4~5월에 길이 1.5cm정도의 꽃이 피고, 열매의 지름은 7mm정도다



 

 

한라산 남쪽으로 흐르는 효돈천 중류를 따라 고살리 숲길이라는 오래된 마을길이 있다.

이 길은 겨울에도 사철 푸른 잎이 한여름 같은 숲을 만드는 난대림의 자연식물원이다.

이곳은 다양한 아열대, 난대식물과 희귀한 식물이 많아서 식물공부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를테면 이 길에서는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호자나무와 그 근연종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나무들을 호자, 수정이, 무주라고 부르다보니 이웃집 자매들 이름처럼 친근해졌다.

이 자매들 중에 가장 많이 눈에 띄고 가시가 많아서 까칠하게 보이는 아이가 호자나무다.

호자虎刺라는 이름은 호랑이도 찌를 만큼 날카로운 가시가 많이 달려서 붙었을 것이다.

다 자라도 무릎높이보다 작은 이 작은 나무에게 가시는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다.



수정이라고 부르는 나무는 정명이 수정목(壽庭木)인데 호자의 친언니처럼 닮았다.

호자보다 키는 두 배 정도 크고 가시는 아주 드물고 짧아서 성격이 무난한 소녀 같다.

꽃이 수정처럼 깨끗해서 붙은 이름으로 짐작했으나, 한자표기를 보니 목숨 수()자에

뜰 정()자를 쓰는 중국 이름인 듯하고, 그들의 문화를 모르면 난해한 이름이다.

호자나무는 제주도의 계곡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수정목은 아주 드문 편이다.


고살리 숲길에는 우리나라에 열 그루 정도만 살고 있다는 무주나무도 한 그루 있다.

무주(無珠)는 수정목의 뿌리에 있는 구슬모양이 없다는 이름이라고 한다.

같은 꼭두서니과의 식물이지만, 호자와 수정이는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지는데,

무주는 다섯 갈래이고 열매도 남색으로 익으며 가시가 없으므로 친척 언니쯤 된다


 

이 숲길에는 같은 꼭두서니과로 호자나무와 이름이 같은 호자덩굴도 볼 수 있다.

호자덩굴은 이끼 낀 바위나 나무 등걸에 덩굴을 뻗으며 멋을 부리는 풀꽃이다.

꽃과 열매는 호자나무와 많이 닮았으나, 아주 가는 줄기의 덩굴에 가시가 없고,

호자나무와는 속명도 달라서 사촌 여동생쯤으로 짐작을 하고 있다.


혼자 숲길을 가면 맑은 공기에 그늘과 바람은 시원하나 때로는 외롭기도 하다.

그런 길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꽃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그들은 이미 친구다.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닮은 것과 다른 것까지 눈여겨보게 되는 날이 오면

숲에 사는 모든 친구들이 가족이 되고 형제자매처럼 가까워진다.

 

2018. 8. 15.





수정목 壽庭木

Damnacanthus major Siebold & Zucc.

 

허리 높이로 자라며, 호자나무에 비해 잎은 길고 가시는 짧고 성기다.

꽃과 열매는 호자나무와 비슷하고, 뿌리 마디가 염주모양으로 굵어진다.

홍도, 가거도 등의 섬과 제주도의 난대림에서 드물게 자생한다.

 

  


  

무주나무

Lasianthus japonicus Miq.

 

한라산 남쪽 계곡에 10그루 미만이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2.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5~6월에 꽃이 피고, 꽃부리가 5갈래이다.

열매는 11월에 남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