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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푸른 바다의 노란 꽃 황근



 














황근 黃槿

Hibiscus hamabo Siebold & Zucc.

 

제주도와 남해의 몇몇 섬에 자생하는 아욱과의 갈잎떨기나무.

7~8월에 가지 끝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5cm정도의 꽃이 핀다.




 

한여름에 제주 바닷가를 돌다보면 노란색 무궁화인 황근黃槿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검은 갯바위지대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핀 노란 꽃이어서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번식이 쉽고 꽃이 아름다워서 제주도의 해안도로나 마을에 많이 심기도 했겠지만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갯바위에 자생하는 군락도 문헌상의 기록보다 훨씬 많다. 

이런 식물이 환경부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욱과의 식물들은 아침 늦게 꽃이 피어 오후에 닫는데 황근도 예외가 아니다.

해 뜨기 전부터 황근 앞에서 개화를 기다렸더니 아홉시나 되어서 꽃을 열었고,

저녁노을에 물든 꽃을 보고싶었으나 해가 중천에 있는 오후 네시에 주황색으로 시들었다.

황근을 보면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과 가인박명이란 말이 모두 일리가 있다.


황근의 속명 Hibiscus는 미의 여신 Hibis에 닮았다는 뜻의  cus가 붙은 것인데,

정보의 바다라고하는 인터넷에서도 히비스 여신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히비스커스속의 식물은 무궁화나 부용처럼 붉은색과 흰색 사이의 꽃이 피는데 비해,

황근은 노란색 꽃잎에 가운데가 짙은 자주색이어서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식물에 대해 깊이 공부한 어느 동호인이 재미있는 실험을 한 기록을 읽었다.

황근의 종자를 바닷물에 띄우고 무궁화의 종자를 같은 농도의 소금물에 띄웠더니

무궁화 씨앗은 가라앉고 황근의 씨앗은 계속 떠있는 것을 관찰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는 황근이 따뜻한 지방에서 해류를 타고 제주에 왔을 개연성을 암시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먼 남쪽나라에서 수만리 바다를 건너 지금 내 앞에 핀 이 꽃이 기적이고.

검푸른 바닷가에서 노랗게 노랗게 드러나는 이 선명한 대비 또한 기적이 아닌가.

 

2018.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