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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치자빛 물드는 영주치자



 














영주치자

Gardneria nutans Siebold & Zucc.

 

서남해의 일부 섬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마전과의 늘푸른 덩굴식물.

난대림에서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르며 줄기를 10여 미터 뻗는다.

6월 하순에 길이 1cm정도의 꽃을 피우며, 열매는 겨울에 붉게 익는다.

 

 

 

영주치자는 남해의 따뜻한 섬들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늘푸른 덩굴이다.

마삭줄, 오미자, 다래,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덩굴들과 얽히고 설켜서

타잔이라도 나올 듯한 밀림을 이루므로 꽃이 피기 전에는 찾기가 어렵다.



영주瀛州와 탐라耽羅는 제주의 옛 이름이다.

탐라는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독립국으로 존재했던 기록이 분명한 이름이고,

영주는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화와 전설로 전해오는 이름이다.

영주의 자가 바다, 바다 속, 전설의 산 이름 등을 의미하는 신화적인 뜻글자다


영주는 이 식물이 자라는 곳과 관련이 있으나 그 뒤에 붙은 치자는 약간 의문이었다.

치자는 노랑과 주황 사이의 고운 색을 물들이는 염료작물로 꼭두서니과의 나무다.

분류계통과 생태, 쓰임새, 꽃과 열매의 모양을 다 비교해도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

영주치자는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처음 나오는 이름으로,

 처음 이름 붙인 사람의 생각이나 유래를 짐작할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오른쪽 치자나무)



영주치자의 꽃은 처음 본 사람이라도 어디서 몇 번 만났던 느낌이 들 것이다.

가지과의 배풍등 꽃, 진달래과의 넌출월귤 꽃과 아주 비슷하다.

이 식물들은 전혀 다른 집안이지만 덩굴성이고 꽃이 작은 것은 서로 닮았다.

배드민턴 셔틀콕 같은 작은 꽃은 바람에 꽃잎이 재껴진 듯 속도감이 있다.

셔틀콕의 첨단에는 암술이 돌출되어 있다. 도발적인 구애를 하는 암컷 상태다.

이 시기에 수술은 미성숙한 상태로 암술대의 아랫부분을 둘러싸고 있다가,

암술이 꽃가루를 받고 시들면 작은 바나나 같은 수술에서 꽃밥이 부풀고 벌어진다.


(왼쪽으로부터 넌출월귤, 영주치자, 배풍등의 꽃)


영주치자는 암꽃에서 수꽃 상태로 갈 때 치자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영주치자가 꽃 피울 때 치자빛 꽃이 있으면 이미 시들기 시작한 건 아닐까,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이 정상이다.

도무지 치자를 닮지 않은 식물에서 오직 하나 닮은 발가락이 그 치자빛이었다.

 

2018. 8. 26.



(영주치자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