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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일본의 영혼을 부르는 초령목



 















초령목 招靈木

Michelia compressa (Maxim.) Sarg.

 

흑산도와 제주도에 몇몇 개체가 자생하는 목련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지름 1m, 높이 15m까지 자라며,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2월 초순부터 3월까지 지름 3cm 정도의 함박꽃 모양의 꽃이 핀다.

 

    

 

초령목招靈木은 문자 그대로 영혼을 불러오는 나무다.

우리의 토속신앙이나 풍습에 이 나무로 영혼을 불러왔다는 기록도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두 곳에 몇 그루 자라므로 그리 할 수도 없는 나무다.

초령목의 일본 이름이 오가다마노끼 オガタマノキ로 한자 표기가 招霊이다.

이 이름은 이 나뭇가지를 신사에 장식하고 신령을 불렀던 그들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



초령목은 1966년에 이창복 선생이 펴낸 한국수목도감에서 처음 등장하는 이름이다.

국내에서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나무가 제주도와 흑산도에도 자라는 것이 확인되어,

우리가 불러오던 고유의 이름이 없었던 차에 일본 이름을 차용해온 걸로 짐작이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이분이 1980년에 펴낸 대한식물도감에는 귀신나무로 이름을 바꾸어 올렸다.


초령목이나 귀신나무나 그 이름이 그 이름 아닌가?

그런데 이 나무의 어느 구석에도 귀신의 느낌이 드는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이 나무는 이른 봄에 작은 함박꽃이나 목련꽃을 닮은 꽃을 피우는 목련과의 나무로,

화창한 봄날에 만개한 수많은 하얀 꽃들을 보면 마음까지 화사하게 밝아진다.

으스스한 초령목이나 귀신나무보다는 ‘애기목련'으로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적으로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본의 이름과 같다고 해서 배척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식물의 모습이나 쓰임새에서 국가와 민족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공감이 되는 이름은

그것이 다른 나라 이름을 빌려왔거나, 우연의 일치이거나 시비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그 이름이 그 나라 사람들만의 영혼이 있고 공감대가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강제로 이 나라를 병합하고 이 땅에 신사를 세우고 소위 초령목으로 장식했다.

리의 신이 아닌 그들의 신을 불렀던 이름을 우리가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내세운 허울좋은 구호인 내선일체內鮮一體에 동조하는 꼴이 아닌가.

지리적 문화적 인접성으로 우리의 식물 이름 중에서 일본의 것과 같은 것이 많지만

그 중에는 분명히 옥석을 가려서 고쳐 써야 할 것이 있다.

 

2018.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