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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백성을 괴롭혔던 황칠나무


















황칠나무

Dendropanax morbiferus H.Lév.

 

호남의 도서지대와 제주도에 자생하는 두릅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잎은 타원형이나 어린가지의 잎은 흔히 손바닥모양으로 갈라진다.

8월 하순에 지름 1mm정도의 자잘한 꽃들이 모여 우산모양꽃차례로 핀다.



 

 

다산 정약용의 황칠’(黃漆)이라는 시는 황칠나무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대 아니 보았는가. 궁복산* 가득한 황금빛 수액을 / 그 빛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나네.

껍질 벗겨 즙을 받길 옻칠 받듯 하는데 / 아름드리 나무에서 겨우 한 잔 넘칠 정도.

상자에 칠을 하면 검붉은색 없어지니 / 잘 익은 치자물감 어찌 이와 견주리요.

이 나무의 명성이 천하에 자자해서 / 박물지에 줄줄이 그 이름 올라 있네.

* 궁복산은 완도에서 가장 높은 지금의 상왕봉(644m)으로, 궁복은 장보고의 호이다.

 

 

황칠(黃漆)이란 누렇고 투명한 빛을 내는 옻을 일컫는다.

예로부터 검은색을 내는 옻보다 황칠은 더 귀한 칠감이었다.

황칠나무가 많이 자라는 완도지방 백성들은 황칠로 세금을 내야 했는데,

관리들이 이리저리 트집을 잡아 퇴짜를 놓고 대납업자가 농간을 부리는 통에

 실제 납부해야할 분량보다 열배, 백배나 되는 물량을 바쳐야 했다.


(황칠장 홍동화씨(무형문화재)와 황칠 공예품들)


백성들은 채취하기도 어려운 황칠 공물세(貢物稅)에 원망이 가득하여

이 나무를 악목(惡木)이라 부르며 밤에 도끼로 몰래 찍어 없애기도 했다.

이런 폐단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세액을 크게 감면해 주었다고 한다.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던 다산 정약용은 이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시로 읊었다.

 

완도의 황칠은 맑기가 유리 같아 (莞洲黃漆瀅琉璃)

이 나무 진기함을 온 세상이 아네 (天下皆聞此樹奇)

작년에 임금께서 세액을 줄였더니 (聖旨前年蠲貢額)

봄바람에 그루터기 새가지 나오네 (春風髡蘖又生枝)


  

황칠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도 귀한 공물이나 무역품이었고,

완도에서 주로 생산되었고 질이 좋았다는 여러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황칠나무도 완도군 보길면 정자리에 있다.

그 황칠나무를 보기 위해서라도 그 섬에 가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2018.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