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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슬픔의 꽃이 피는 동백나무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L.

 

남부지방에 주로 자생하며 바닷가를 따라 대청도와 울릉도까지 분포한다.

차나무과의 늘푸른나무로 겨울()에도 잣나무처럼 푸른 나무()라는 뜻이다.

12월에 제주도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북상하며 5월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와 노래에서 슬픔을 상징하는 꽃으로 등장한다.

춘희(椿姬)로 널리 알려진 뒤마 피스의 동백꽃을 든 여인’('La Dame aux camélias),

이를 각색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슬픈 이야기가 그렇다.

1964년에 개봉된 영화 동백아가씨는 섬마을 처녀와 서울 총각의 슬픈 사랑을 그렸고,

이미자의 목소리가 애절한 곡조에 실린 주제가가 반세기를 넘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작품 속의 비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동백꽃을 보면 슬픈 느낌이 절로 든다.

붉디붉은 꽃잎 자체만으로도 그 열정이 내재한 파국이 불안한 긴장을 자아내다가

꽃잎 하나 무너짐이 없이 그대로 뚝 떨어지는 낙화가 절정의 감정으로 몰고 간다.  

수많은 낙화가 만들어낸 붉은 물결은 급기야 비장미의 강물이 되어 가슴으로 흘러든다.


작품 속의 비극은 한때나마 행복했던 설렘과 황홀한 로맨스가 있었고,

비장미(悲壯美)로 표현되는 슬픔의 미학으로도 어느 정도 정화(淨化)가 된다.

그래도 아픔이 남는다면 소설이니까...’라는 마지막 자기 위안을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고 지울 수도 없는 비극을 동백꽃이 함께 하고 있다.


(별이 된 4.3의 영령들을 추모하며 4.3 70주년에 담은 사진)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던 1948년 어느 봄 날 제주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이른 바 ‘4.3’이라는 단 두 글자로만 기록된 슬픈 역사는 70년이 지난 이날까지

두 숫자 뒤에 어떤 수식어로도 자리매김 되지 못한 채 여전히 역사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날로부터 6년 반 동안 희생된 3만 명 중에 노약자가 3분의 1에 달한다는 사실은

사건의 자초지종과 시시비비를 떠나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학살의 방증이다.



동백나무는 해마다 봄이 되면 제주의 숲과 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처연하게 떨어진 낙화는 그날의 아픈 기억을 잔인하게 헤집어 놓는다.

동백꽃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4.3의 상징이 되었고

제주인의 심장 가까운 곳에 배지(badge)로 자리 잡았다.

 

2018.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