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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중대가리나무로 불리던 구슬꽃나무



 















구슬꽃나무

Adina rubella Hance

 

한라산 남쪽의 계곡주변에만 자생하는 꼭두서니과의 갈잎떨기나무.

1~2m 높이로 자라며 7~8월에 지름 2cm 정도의 머리모양꽃차례로 핀다.

 

    

 

구슬꽃나무의 원래 이름은 중대가리나무였다.

제주도 사람들이 중대가리나무나 한자어로 승두목僧頭木으로 불러오던 것을

1942년에 정태현 선생이 쓴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문헌으로는 처음 수록되었다.

구슬꽃나무 이름은 그 반세기 후인 1996년의 한국식물명고(이우철)에 등장했고,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식 국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나무 꽃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구슬보다는 중대가리에 훨씬 가깝다고 할 것이다.

구슬은 표면이 매끄러운 물건인데 이 꽃은 까실까실한 까까머리 형상이기 때문이다.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게을러서 흰 머리털이 길게 자란 노승의 머리를 닮았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이 꽃의 하얀 암술대가 유난히 길기 때문이다.


이 중대가리나무의 꽃은 들여다볼수록 기하학적 조형미가 뛰어난 꽃이다.

그 이름대로 전형적인 머리모양꽃차례에 자잘한 꽃 수십 개가 완전한 구형을 이룬다.

기둥처럼 길게 튀어나온 암술대의 밑동에 수술 4개가 달라붙어 있는데,

이 모양은 암술이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고 시들면 수술이 성장하는 구조로 보인다.



그런데 한라산에서 바다로 내달리는 수십 줄기의 하천 환경이 거의 비슷한데

중대가리나무는 그 많은 하천 중에 효돈천 줄기에서만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종자가 물을 따라서만 이동하거나 추위에 약한 식물이어서 그러려니 짐작은 하지만,

그늘 없는 하천 바닥에서 하필이면 중머리 깨진다는 한여름 땡볕에 꽃을 피운다.



중대가리나무와 비슷한 이름으로, 자잘한 꽃이 피는 국화과의 중대가리풀도 있다.

중대가리나무나 중대가리풀이나 스님이나 불자들에게는 언짢을 법한 이름이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은 이런 이름이 더 야생화에 어울리고 재미있는 이름으로 여긴다.

머리는 깎았으되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는 비구들에게 따끔한 이름이기도 하다.

 

2018.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