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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



    















 

보리밥나무

Elaeagnus macrophylla Thunb.

 

중부 이남의 바닷가 부근에 자라는 보리수나무과의 늘푸른 덩굴나무.

주로 다른 나무에 기대어 4m정도 자라며 가을에 길이 1cm정도의 꽃이 핀다.

열매는 길이 1.5cm 정도의 길쭉한 구형으로 이듬해 봄에 붉게 익는다.

 

 

단비가 대지를 흠뻑 적신 어느 봄날 인적 없는 초지를 탐사하다가 차가 빠졌다.

전화도 되지 않고 마을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아야 하는 아주 고약한 상황에 처했다.

 진창에서 차를 빼내는데 뭐라도 쓸 만한 것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먹음직스럽게 익은 빨간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낯선 열매였다.


(보리밥나무 열매, 보리장나무의 열매도 아주 비슷하다.)


마침 차를 빼내느라 허기도 졌을 때여서 몇 개 따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괜찮았다.

 그것은 어릴 적 가을에 발그스레하게 익어 즐겨 따먹던 보리수나무 열매를 닮았는데,

크기가 대여섯 배는 크고 때맞추어 익어서 눈에 띄어준 것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아무튼 그 곤경을 벗어나오기까지 몇 시간 동안 그 열매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나중에 도감을 찾아보니 잠시 나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것은 보리밥나무의 열매였다.

 보리밥나무는 주로 바다가 가까운 지역에 자라며, 늘푸른잎의 덩굴나무다.

도감에는 보리밥나무의 친척뻘 되는 보리장나무도 나와 있어서 그 나무를 찾아

몇 가지 차이를 관찰해야할 즐거운 과제까지 발견한 셈이다


(보리밥나무, 잎에 굴곡이 있고 뒷면이 은백색이다.) 


보리장이나 보리밥의 이름은 보리수나무의 가까운 친척뻘임을 나타내고 있다.

보리수나무는 열매가 보리쌀 크기 정도여서 그럴싸한 이름인 듯하고,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의 열매는 보리로 밥을 지어 불어난 밥알갱이보다 좀 크다.

보리수나무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보리수菩提樹와는 관련이 없는 듯하다.

불가에서 말하는 보리수는 무화과과의 나무로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차가 빠졌던 해 가을에 보리밥나무에 비해 보기 드문 보리장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

두 나무는 늘푸른 덩굴나무이고 가을에 꽃이 피며 봄에 익는 열매도 비슷하지만,

보리밥나무의 잎은 넓고 굴곡이 있고 뒷면에 흰 털이 있어 은백색을 띠는 반면

보리장나무는 잎이 좁고 굴곡이 없이 편평하고 매끈하며 뒷면에 갈색 털이 나 있다.


(주로 바닷가에서 흔히 자라는 보리밥나무)


보리수, 보리밥, 보리장나무의 꽃은 작은 백합꽃 모양으로 향기 또한 달콤하고 짙다.

이들은 봄가을에 교대로 꽃 피고 열매를 맺어서 꽃 나들이길을 즐겁게 해준다.

차 한 번 빠진 덕에 새로운 두 친구를 알게 되었으니 헛고생은 아니었다.

 

2018. 8. 12.




  

보리장나무

Elaeagnus glabra Thunb.

 

서남해의 섬과 제주도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늘푸른 덩굴나무.

4m정도로 자라며 보리수나무나 보리밥나무보다 드물게 발견된다.

잎이 매끈하며, 뒷면에 적갈색 비늘털이 있어 보리밥나무와 구별된다.

10~11월에 지름 5mm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