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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저출산 세태의 초상 나도은조롱


   




















나도은조롱    Marsdenia tomentosa Morren & Decne.

 

남부지방의 상록수림에서 드물게 자라는 박주가리과의 덩굴나무.

줄기를 5~10m 정도 뻗으며 주변의 나무를 타고 오른다.

7~8월에 지름 2mm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린다.

 


 



 

한라산 남쪽 기슭 삼나무숲에는 나도은조롱의 큰 군락이 있다.

세어보지는 않았어도 수 천 포기는 족히 넘을 듯하였다.

이 식물은 상처를 입으면 흰 유액이 나와서 소젖덩굴이라고도 하는데,

박주가리과 식물들이 거의 그러하므로 별 의미가 없는 이름이다.

나도은조롱은 은조롱과 닮았다는 뜻의 이름이다.

은조롱의 국명은 큰조롱이며, 주로 약재로 재배한다.


        (어렵사리 삼나무를 감은 개체, 나무를 감은 덩굴의 모습이 어설프다.)


아무튼 나도은조롱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희귀한 식물이어서

수천 개체가 자생하는 군락이 발견되었을 때는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을 보기가 쉽지 않았고 열매는 더욱 보기가 어려웠다

 

높은 나무에 멋들어지게 늘어진 덩굴에 소담하게 핀 꽃을 상상하면서

2년 동안 열 차례도 넘게 그 숲을 찾았으나 끝내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어쩌다 찾아낸 꽃은 대부분 나지막한 나무에 어지럽게 덩굴을 감고 있어서

흔히 하는 말로 그림이 되지 않는 것 들이었다


                                             (삼나무를 감다가 내려앉고 다른 식물체를 향해 덩굴을 뻗은 모습)


드물게 꽃을 피운 개체는 작은 떨기나무를 감고 올라간 것이었고,

삼나무를 감고 오르는 개체는 거의 꽃을 피우지 않았다.

적당히 굵은 나무를 편히 감고 올라가야할 텐데 작은 나무가 귀한 숲에서

큰 삼나무를 억지로 감다보니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덩굴 셋 중에 하나는 돌리다 떨어진 훌라후프처럼 땅에 내려앉아 있었다.


간신히 삼나무를 감고 오른 덩굴이나, 오르다 내려앉은 덩굴이나,

의지할 나무를 찾지 못해 땅바닥을 헤매는 개체에서는 거의 꽃을 볼 수 없었다.

식물이라고 삶의 기반이 불안정한데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을 생각을 하겠는가



(낮은 나무에 덩굴을 감고 꽃을 피운 개체)

 

꽃 피우지 못한 나도은조롱이 무성한 숲은 요즘 세태와 닮았다.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기댈 곳이 없다보니 젊음이 꽃 피지 못하고,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오늘날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 숲 같은 고층빌딩이 없었던 시대에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가난했지만 꿈과 낭만이 있었고

그들 나름의 아름다운 청춘을 꽃 피우지 않았던가.



2017. 8. 3.

나무꽃 이야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