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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방기(放棄)된 이름의 식물 방기(防己)


 

방기

Sinomenium acutum (Thunb.) Rehder & E.H.Wilson

 

제주도와 서.남해 도서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나 돌담에 자라는 덩굴나무.

줄기 길이 20m, 지름 3cm정도. 암수딴그루로 6월 하순~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10~15cm정도의 총상꽃차례로 꽃이 핀다.

 


 

 

국어사전에서 방기를 찾아보면 열 가지가 넘는 뜻풀이가 나와 있다.

그 중에서는 '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 않다(放棄)'는 뜻으로 더러 쓰고, 

식물의 이름(防己)이기도 하고, 방귀와 같은 의미인 放氣로 쓰기도 한다. 

한방에서 방기는 댕댕이덩굴이나 방기의 줄기를 말린 약재로,

비타민 부족으로 생기는 부종(浮腫)이나 각기(脚氣)에 쓴다.

  

방기는 중국의 약전(藥典)에 등장하는 약재의 이름이다.  

그 기원(基源) 식물의 학명은 'Sinomenium tetrandra' 이고,  

국내의 것은 'S. acutum' 이라고 한다(한국의 나무, 김진석, 김태영)

방기(S. acutum)는 제주도나 남해안지역에 아주 드물게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약재로 썼다면 댕댕이덩굴었을 가능성이 높다.


(방기 수꽃차례, 한승희 님 사진)


그렇다면 우리가 쓰는 방기의 이름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선 한방에서 방기로 통용되는 약재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약전에 의하면 국내에 자라지 않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방기의 약재명은 청등(靑藤)이라고 한다.

 

잘못된 것일지라도, 방기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방기는 댕댕이덩굴, 새모래덩굴, 함박이와 같은 Menispermaceae과에 속한다.

이 네 가지 식물은 모두 덩굴의 선이 멋들어지고 잎이 예쁘다.

방기 외의 세 식물은 그 이름만으로도 귀여운 모습이 상상된다.


  

한여름의 숲 가장자리에서 만나는 방기의 모습 또한 

뜻 모를 이상한 이름이 안타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하트모양이 아기자기한 잎을 늘어뜨린 줄기를 보면 

창조주가 보낸 사랑의 메시지에 감사하게 된다.


방기는 함박이와 많이 닮아서 같은 속으로 분류하므로,

이름을 큰함박이로 바로잡는다면 분류학적으로 보나

식물체가 주는 느낌으로 보나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방기(防己) 방기(放棄)된 이름인 듯하다.


2017. 7. 22.

나무꽃 이야기 5.






 

 

 

함박이

Stephania japonica (Thunb.) Miers

 

제주도와 홍도의 바닷가, 돌담 등의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라는 늘푸른 덩굴나무. 잎몸 중앙부 아래에 잎자루가 달리는 특징이 있다. 암수딴그루로 7~8월에 잎겨드랑이에 겹산형꽃차례로 자잘한 꽃들이 달린다.

 

 










댕댕이덩굴

Cocculus trilobus (Thunb.) DC.

 

볕이 잘 드는 산지와 풀밭에 자라는 덩굴성 목본으로, 길이 3~5m 정도 자란다. 암수딴그루로 6~8월에 잎겨드랑이에 작은 꽃들이 모여 달린다. 뿌리의 한약재명을 목방기(木防己)라고 부르지만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

 

 










새모래덩굴

Menispermum dauricum DC.

 

볕이 잘 드는 산지나 풀밭에 자라는 덩굴성 목본으로, 길이 1~3m 정도 자란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 유백색의 꽃이 모여 달린다. 함박이와 비슷하게 잎몸 가운데 아래에 잎자루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