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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제주도 까마귀 쪽팔리다



 

















까마귀쪽나무  

Litsea japonica (Thunb.) Juss.

  

제주도와 서남해안지방에 흔히 자라는 녹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암수딴그루로, 8월 하순~9월에 지름 8mm정도의 노란 꽃이 핀다.

이듬해 여름에 열매가 짙은 쪽빛으로 익으며 새들이 잘 먹는다.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의 내력이나 생김새나 쓰임새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자료를 찾고 상상력을 동원해도 그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도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의 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쪽나무 이름도 그 중 하나다.




제주도에서 까마귀쪽나무는 동네 주변이나 밭담에 연해서 줄지어 자란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방풍림으로 많이 가꾸어온 듯하다.

늘푸른잎을 빽빽하게 달고 높이 자라므로 거센 바람을 막기에 제격이고,

번식이 잘 되고 뿌리가 튼튼하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까마귀쪽나무는 까마귀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렇게 불리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관찰해왔지만 까마귀가 이 나무에 얼씬대는 걸 보지 못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생김새에서 까마귀와 닮은 구석도 찾을 수 없었다.

기껏 생각한 것이 열매가 까마귀처럼 아주 짙은 쪽빛으로 익는다는 정도였다.


(까마귀색으로 익은 까마귀쪽나무 열매)



어느 더운 여름날 그늘에서 쉬다가 만난 제주도 토박이 어르신으로부터

까마귀와 까마귀쪽나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원래 제주도에는 까치가 살지 않았는데 30년 전에 무슨 신문사가 길조(吉鳥)라며

수십 마리를 들여온 것이 지금은 수 만 마리로 불어나 흉조(凶鳥)가 되었단다.

노인의 말로는 까치가 영악하고 사나워서 토박이 까마귀를 산으로 다 쫓아내고,

채소 싹이며 잘 익은 감귤이며 닥치는 대로 파먹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까마귀쪽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귤밭이나 농경지대를 까치가 접수한 것이다.

까마귀쪽의 열매는 달콤한 맛이 있어 토박이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었으나,

까치는 토종새들의 둥지까지 습격해서 알이나 유조를 잡아먹고 쫓아냈다.

쫓겨나기 전에는 까마귀도 까마귀쪽나무의 열매를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까마귀쪽나무의 수꽃(왼쪽)과 암꽃(오른쪽))


덩치도 더 큰 토박이 까마귀가 겨우 수십 마리 들어온 까치에게 몰려나다니...

까마귀는 까마귀쪽나무 열매와 그 나무가 지키던 풍요로운 들에서 쫓겨나

지금은 한라산 숲속에서 산행객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까마귀쪽나무 이야기니까 쓰는 말인데, ‘제주도 까마귀 참 쪽팔리겠다.’

 

2018. 7. 29.





 

 
















육박나무 Litsea coreana H. Lev.

 

제주도와 남해안 섬의 낮은 산지에 분포하는 녹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암수딴그루로 9월 초순~10월에 잎겨드랑이에 3~4개의 꽃이 모여 달린다.

나무껍질이 6각상으로 벗겨져서 육박나무라고 하며, 수피가 얼룩져서

해병대나무국방부나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