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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담팔수 잎 하나 붉은 까닭



 

 













담팔수 膽八樹

Elaeocarpus sylvestris var. ellipticus (Thunb.) H. Hara

 

서귀포일대에서 소수 개체가 자생하는 담팔수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여러 장의 잎차례 중에서 1~3개가 붉은색을 띠어서 알아보기 쉽다.

7월 중순~8월에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15~20개의 꽃이 달린다.



 

담팔수는 늘푸른잎 중에 붉은 잎 몇 장이 섞여 있어서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운 나무다.

어느 한 계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한결같은 모습이어서 신기할 정도다.

담팔수의 이름은 한자로, 쓸개나 담력을 뜻하는 , 여덟 , 나무 자를 쓴다.

풀이하자면 쓸개가 여덟 개인 나무라는 뜻인데, 도무지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잎이 여덟 가지 색으로 변한다느니 하는 어설픈 유래설도 떠다닌다.



초록색 잎이 붉게 변할 때 나타나는 중간색은 몇 개의 잎에서 짧은 기간 동안 나타나지만,

전체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은 대체로 늘푸른잎들과 그 사이사이에 섞인 붉은 잎들뿐이다.

담팔수는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몇몇 잎만 붉은 색깔을 내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나무는 아열대지방에 분포하며 제주도의 남쪽해안이 자생지의 북방한계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수십여 그루의 담팔수는 대부분 폭포나 계곡 주변에서 자란다.

그런 곳은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고 사계절 습도가 유지되며,

주변에 다른 키 큰 상록수들과 어울려 거센 바람에도 서로 의지할 수 있다.



자생하는 담팔수들 중에는 오백 살이 넘고 높이가 15미터에 달하는 거목도 있어서

나무 아래에 마을의 신당이 차려지고 영험한 나무로 대접받기도 한다.

어느 날 서귀포 서쪽, 강정천 냇길이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담팔수를 보고서

이 나무에 드문드문 섞인 붉은 잎과 그 이름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알듯도 하였다.


오백년이 넘었다는 거목은 백 사람이 넉넉히 쉴만한  그늘을 드리웠는데,

그 그늘에 온통 붉은 낙엽이 깔려서 일부러 카펫을 깔아놓은 듯했다.

나무에 달려있는 잎들은 푸른데 간간히 붉은 잎이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 나무는 보통 나무들처럼 한꺼번에 잎갈이를 하지 않고,

조금씩 낙엽을 만들어 표 나지 않게 일년내내 떨어뜨리는 것이다.


(강정마을 냇길이소의 500년 묵은 담팔수.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 544호)


담이 큰 사람일수록 어떠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얼굴빛이 변하지 않듯이,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의 담팔수는 담이 여덟 개인 나무가 맞는 듯하다.

 

2018.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