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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옛날의 새댁을 닮은 새덕이



 














새덕이

Neolitsea aciculata (Blume) Koidz.

 

남해의 섬과 제주도의 낮은 산지에 자라는 녹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10m 높이까지 자라며, 잎은 긴 타원형으로 3갈래의 잎맥이 뚜렷하다.

암수딴그루로 2월 하순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없는 붉은색 꽃이 핀다.

    

 

 

나무의 꽃눈들이 봄맞이 채비를 할 무렵 새덕이는 한발 앞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꽃을 손꼽아 기다리는 꽃벗들에게 새덕이의 빨간 꽃은 반갑기 그지없는 꽃이다.

남도와 제주의 낮은 산자락에서 자라지만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어서,

해마다 보아오던 곳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이른 봄의 산에서 보물찾기를 해야한다.



몇 해 동안 찾아다녀서 겨우 스무 그루쯤 보았으니 상당히 귀한 나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중에 수꽃 그루는 단 두 그루만 볼 수 있었고,

그나마 암꽃이 피는 나무와 8킬로미터나 떨어진 다른 숲에서였다.

이런 생태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나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덕이는 잎이 바닷고기인 서대기(서대의 방언)를 닮아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새덕이가 서대기로 변음될 수는 있어도 역으로 변음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같은 녹나무과인 참식나무, 센달나무, 생달나무의 잎모양이 거의 비슷하고,

세 줄의 잎맥이 뚜렷한 것까지 비슷해서 서대기 유래설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수꽃차례)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80을 바라보는 숙모를 아직도 새덕아하고 부른다.

 ‘새덕새댁의 경상도식 발음이다.

옛날의 새댁은 빨간 치마에 녹색저고리를 입고 혼례를 치른 날부터 시작되었다.

혼례를 치르고 사흘은 마네킹처럼 앉아 하객들이 오면 절을 하는 대기모드로 있었다.

그리고 한 열흘은 여전히 빨간 치마 녹색저고리를 하고 조심스레 집안일을 시작했다.


사철 푸른 녹색의 잎을 달고 새봄마다 피는 새덕이의 빨간 꽃을 볼 때마다

빨간 치마 녹색 저고리에 연지곤지 찍고 시집온 새댁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저 바다 밑에서 가자미처럼 납작길쭉하고 비릿한 생선을 떠올리느니 보다

'새댁'은 얼마나 애틋하고 아련하며 그리운 시절의 추억인가.


(암꽃차례)


그나저나 80을 바라보는 숙모가 새덕아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한평생 들어와서 덤덤하겠지만 이따금 그 고달픈 새댁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2018.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