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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아... 왜... 이런 이름을...아왜나무


 




아왜나무 

Viburnum odoratissimum var. awabuki (K.Koch)

Zabel ex Rümpler

  

제주도의 저지대 숲에 자라는 산분꽃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높이 5~10m. 6월 중순~7월에 가지끝에서 나온 원추꽃차례에

지름 7mm 가량의 작은 꽃들이 핀다.

열매는 길이 8mm 정도의 길쭉한 구형으로 7~8월에 붉게 익는다.




 






어떤 시인이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 ... 하며 울었다로 시작되는 이 시에 정작 아왜나무의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시인의 슬픔과 고통을 ......’라는 나무 이름으로 대신한 듯 보였다.

나는 그 시인의 사연보다는 ......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왜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다.

이 나무는 난대림의 다른 나무들과 섞여서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한여름이 되면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낸다.

가을에 열매가 익는 여느 나무들에 비해 일찍 열매가 붉게 익기 때문이다.

 

 

아왜나무라는 이름은 나도밤나무의 일본명인 아와부키’(アワブキ)에서 유래한 듯하다.

아왜나무(Viburnum odoratissimum var. awabuki )의 학명이 '나도밤나무를 닮고,

향기가 좋은 가막살나무 종류라는 뜻으로, 변종명에 아와부키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아왜나무와 나도밤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데,

이들 나무는 크기, 잎 모양, 꽃차례, 개화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식물학도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식물상도 비슷하고,

일제강점기에는 식물의 이름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에는 '아왜'가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서귀포 서쪽 월평리의 아왜나무 군락지에는 아왜낭목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이런 저런 정황을 엮어보면, 일본 사람들이 아와부키라고 부르는 것을

제주도 사람은 아왜낭으로, 국명은 아왜나무’가 되었으리라 추정된다.

 

외래어나 외래어로부터 영향을 받은 식물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거부감이니 배타심을 가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왜나무의 경우는 나도밤나무의 일본 이름이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의 붉은 열매가 산호를 닮았다고 산호수(珊瑚樹)로 부르므로,

남의 것을 베껴오더라도 제대로 베껴왔으면 지금보다는 불편함이 덜하지 싶다.


(7월에 붉어진 아왜나무 열매)  

그 이름이 부끄러워 열매가 유난히 일찍 붉어지는 걸까.

아왜나무를 볼 때마다 이런 하소연이 들린다.

아 왜 제게 이런 왜색 이름을 붙였어요?’

아 왜 이런 이름을 아직 고쳐주지 않나요?’



나무 꽃 이야기 4.

2017.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