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사철푸른 떨기나무

참람한 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겨우살이과

Taxillus yadoriki (Siebold) Danser

 

제주도 낮은 지대의 상록수에 기생한다. 줄기 길이 1m 정도.

넓은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며 가죽질이고 길이는 6cm정도이다.

9~11월 개화. 잎겨드랑이와 줄기에 2~7개의 꽃이 모여 달린다.

주로 삼나무, 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등에 기생하며,

잎으로 광합성을 하므로 반기생식물로 분류된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참나무에 기생하지 않으며

참나무에 기생하는 것은 보통 '겨우살이'다. 

 

'참나무겨우살이'라는 이름은 참나무(국명:상수리나무)를 특정한 것이 아니고

구실잣밤나무같은 참나무과의 나무에 기생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식물이 주로 자생하는 서귀포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개체들은

대개 후박나무나 생달나무(녹나무과), 삼나무(측백나무과)에 기생하고 있었다.


정작 까치집처럼 보이는 보통 겨우살이’가 오히려 참나무에 흔히 기생하며,

시장에서도 '참나무 겨우살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어서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참나무겨우살이를 일본에서는 '고가노야도리기'(コガノヤドリギ)라고도 하는데,

이 식물이 주로 생달나무에 기생하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후박나무(왼쪽)에 기생하는 참나무겨우살이(오른쪽))

 

참나무겨우살이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참람하다.

참람(僭濫)하다는 말은 분수에 넘쳐 너무 지나치다라는 뜻이다.

한자 은 참람할 자로 범하다, 어긋나다는 뜻이 있고,

은 퍼질 자로 넘치거나 함부로 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보통 겨우살이들은 큰 나무에 미안한 듯 붙어 사는데 비해

참나무겨우살이는 기생’(寄生)의 분수를 넘어 제가 주인인양

몸집을 키우며 자라다가 끝내 숙주를 말려 죽이고 만다.

이러한 면에서 참나무겨우살이는 참람한 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의 꽃)
  

2016년 10월에 불어온 태풍 차바에 참나무겨우살이가 많이 사라졌다.

이 식물이 지나치게 자라서 부실해진 나무들이 태풍에 쓰러지면서 같이 죽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참나무겨우살이들이 최후를 맞이할 무렵부터

이 나라에는 성난 민심의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권력의 중심에 깊이 뿌리를 박고 참람하게 사욕을 채우다가

최고 권력까지 쓰러뜨린 참사(慘事)는 참나무겨우살이의 생태와 같았다.

여느 꽃보다도 예쁜 꽃을 피우는 이 식물에게는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참나무겨우살이를 최순실겨우살이로 부르고 싶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참람한 겨우살이이며, 그네와 그녀는 문자 그대로

상규(常規)를 범했고, 어긋났고, 지나, 함부로 했기 때문이다.


(참나무겨우살이의 열매)

 

서두에 언급했듯이 참나무겨우살이라는 이름은 생태적으로 보편성이 없고,

참나무에 흔히 기생하는 보통 겨우살이와도 혼동할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러므로 참나무겨우살이는 이참에 최순실겨우살이로 개명하여

후세에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징비록으로 삼았으면 한다.

'최순실겨우살이'가 '육박나무'에도 기생한다니 그 또한 묘한 상상을 일으킨다.

세태가 하수상하여 애꿎은 식물을 빗대어 흰소리 한 번 해 보았다.

 

2017.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