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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키르기즈스탄 여행기 (3)

내가 꽃벗들과 여행을 하는 까닭은 꽃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함도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과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과의 동행이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꽃들과 대자연의 감동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배경일 뿐이다. 


6월 30일. 이날은 수삼무르에서 쏭쿨이라는 호숫가 초원까지 220km를 이동하는 날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3시간 정도의 거리를 비포장길이 대부분인 이 나라에서는 7시간이 걸린다.



수삼무르의 초원에는 낭아초 비슷한 콩과 식물이 흔히 보인다. 가축들의 좋은 사료가 된다고 한다.






붉고 흰 엉겅퀴가 가득한 들판 너머에도 그 낭아초 같은 콩과 식물이 카펫을 만들고 있다.






키르기즈에서는 어느 꽃밭에서나 어김없이 설산이 보인다.






원래 건조한 지방에서는 '가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그냥 메마른 땅이라고나 할까....멱쇄채 비슷한 식물이다.






용담을 닮은 꽃이다.






키르기즈스탄은 한반도 전체 면적과 비슷하고 남한 땅의 두 배 정도 된다.

그러나 인구가 남한의 1/9 인 570만명 정도이므로 우리보다 18배의 넓은 땅에 사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넓은 평지에 공동묘지를 넉넉하게 만들고 있다. 고대의 유적처럼 보였다.






수삼무르의 대초원이 끝나는 곳에서 산악으로 접어든다.

해발 2000미터 쯤에서 다시 저 산맥을 넘어 해발 3000미터에 있는 산정의 호수로 가는 여정이다.






키르기즈에서는 과일이 싸다. 대강 우리나라 가격의 1/10에서 1/5 정도인 듯하였다.

드문 드문 보이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과일을 사서 씻어 먹으면서 긴 이동의 지루함을 달랬다.

우리 돈으로 2000원 정도하는 수박 한 덩이로 열 사람이 넉넉하게 먹고, 

멜론맛보다 훨씬 달콤한 '드냐'라는 대형 참외와  체리, 복숭아, 자두, 살구 등의 과일을 실컷 먹었다.






반 사막지역의 지루한 여행에서 가끔은 꽃들을 만나 잠시 쉬었다. 용머리 비슷한 꽃이다.






쏭쿨 호수로 넘어가는 고갯길부터 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무어라 이름 부를 수 없는 이국적인 꽃들이다.






이 지역에는 유난히 솜다리 비슷한 식물들이 많았다. 역시 솜다리는 고산식물인가 보다.

이곳은 해발 3200미터 정도라고 들었다.






고갯길을 넘어서자 드넓은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지도를 보니 이 초원도 제주도 면적만 하였다.

대초원의 한 가운데 쏭쿨이라는 호수가 있고, 호수도 울릉도 넓이만큼 크다.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가축들이 많이 보인다. 건강한 말들이 찻길을 횡단한다.






호수의 풍경을 찍으려고 잠시 차에서 내렸더니, 유목민 동네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천천히 파노라마 모드로 찍었더니, 풍경은 하나인데 걸어오는 아이들의 무리는 세 번 찍혔다.








한여름인데도 이곳의 아이들은 겨울옷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다.

아이들에게 쵸컬릿을 나누어 주고는 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50년 전 나의 모습을 더듬거렸었다.

나는 차가 다니지 않는 두메산골에서 살아서 오늘의 나와 같은 이방인을 만나지 못하고 자랐다.




 


쏭쿨 초원에는 이런 솜다리가 잡초처럼 흔하다.






봄맞이 비슷한 꽃인데, 잎은 시로미를 닮았다. 이곳의 구슬붕이는 꽃색이 진하다. 




 


호수를 반바퀴 도는 데만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저 멀리 오늘 우리가 묵을 유르타 촌이 보인다.






숙소인 유르타에 짐을 풀자 말자....광활한 초원과 호수와 설산을 안주삼아 간단하게 한 잔!






이날의 저녁상이다. 풍성해 보이지만 사실 별 것이 없다.

빵, 야채무침, 과자, 과일잼, 죽, 수박 정도가 기본 메뉴고 나머지는 우리 일행이 가져간 밑반찬들이다.

그러나 기분은 왠지 진수성찬을 받은 느낌이었다.






일행 중에 가장 어르신은 유르타 주변에서 노는 칠면조 가족들이 귀여워서 한참을 찍으셨다.






하늘이 좀 더 가까운 쏭쿨 호수에는 더 많은 별들이 쏟아졌다.

유르타의 주인은 밤에 난로틀 피워 아침까지 꺼지지 않게 해 주었다.






사실 이곳 쏭쿨에는 꽃보다 별을 보러 온 것이다. 북극성에 렌즈를 대고 13분을 있었더니 이런 그림이 나왔다.






20분을 노출 시켰더니 별의 궤적이 더 길어지고, 하늘은 더 어두워졌다.


이날 저녁도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고 별과 함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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