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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경계지대에 피는 꽃 대청부채

 



 

대청부채

Iris dichotoma Pall.

 

바닷가의 암벽에 나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0cm 가량.

6~8 장의 칼 모양 잎이 부채살 모양으로 평면을 이룬다. 8~9월 개화.

원줄가나 가지에서 지름 3cm 정도의 꽃이 3~5 송이씩 모여 붙는다.

한국(백령도, 대청도), 중국, 몽골,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대청붓꽃, 부채붓꽃, 얼이범부채, 참부채붓꽃(북한명)


 

 

 

 



 

대청부채는 남과 북의 경계에 사는 식물이다.

북녘땅이 지척에 있어 늘 긴장이 감도는 백령도와 대청도에만 자생하며,

그곳에서도 바다와 육지와 하늘의 경계인 절벽에 붙어산다.

 

전체의 모습은 범부채와 붓꽃의 경계쯤에 있다.

‘얼이범부채’, ‘대청붓꽃’, ‘부채붓꽃’ 등의 다른 이름들을 들으면 

이 꽃이 범부채와 붓꽃을 반반씩 닮았으리라는 상상이 된다. 

 

이름에 ‘부채’가 들어간 것은 잎이 부채를 닮았기 때문이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옛날의 부채는 가벼운 깃털로 만들었고,

학의 깃털로 만들었다는 제갈량의 학우선(鶴羽扇)이 유명하다.

범부채나 대청부채의 잎은 바로 그런 부채와 같은 모양이다.

 

(김경종 님 사진)

대청부채는 주로 중국이나 몽골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대청도가 그 분포 범위의 동남쪽 경계인 셈이고,

국내에서는 유일한 자생지의 이름을 따서 ‘대청부채’가 되었다.

 

분류계통적 위치는 붓꽃과 붓꽃속(Iris)에 속한다.

꽃 모양만 보면 단박에 붓꽃 가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대청붓꽃은 세 갈래 진 암술이 아주 크고 넓어서

보통 붓꽃보다 꽃잎이 3장이 더 있는 듯이 보인다.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은 거의 훼손되고 지금은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지대에만 남아있어서 가까이 보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대청부채는 오후 네 시쯤 꽃을 열어 늦은 밤에 시든다.

이런 애매한 시간에 피는 꽃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꽃 피는 시기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쯤이고

꽃을 여는 시간은 낮과 밤을 아우르고 있다.

늦은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곤충이 있는 모양이다.

 

대청도는 인천항과 중국 산동반도의 중간 쯤에 있으며,

북한의 옹진반도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대청부채는 그런 경계지대의 정체성을 한 몸에 담고 있는

매우 특별한 식물이다. 

 

 

2013. 9. 8.에 쓰고 2017. 1. 4.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