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더부살이
Boschniakia rossica (Cham. & Schltdl.) B.Fedtsch.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의 두메오리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열당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20cm. 뿌리줄기는 덩어리 모양이다. 비늘잎은 삼각형이고 끝이 둔하다.
7∼8월 개화. 원줄기의 윗부분에 지름 3mm 정도의 많은 꽃들이 달린다.
백두산 일대를 포함한 북반구의 아한대 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남명자 님 사진)
이도백하(二道白河)는 중국에서 백두산 탐사의 거점이 되는 소도시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관할이지만 이곳에서 조선족은 찾아보기 어렵다.
씨배동무 형제는 이 도시에 사는 유일한 조선족 식물탐사 가이드다.
이들 형제는 한국말과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가 있으므로,
여름 한철은 탐사 가이드 신청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들어서
오히려 자기 마음에 드는 고객을 가려서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씨배동무는 말끝마다 습관적으로 ‘씨배’를 붙여서 내가 붙인 별명인데,
나와는 배짱이 맞는지 열일 제쳐놓고라도 탐사가이드를 맡아주었다.
이 친구의 수완과 안내로 나는 백두산의 구석구석을 탐사할 수 있었다.
백두산은 오르는 방향과 코스에 따라 식생이 많이 다르다.
한번은 이 친구와 용문봉을 오르다가 약초를 캐는 사람을 만났다.
그 순간 씨배동무의 눈이 반짝하며 마치 행운이라도 붙들러 가듯
약초꾼에게 달려가서 물건을 보여 달라더니 흥정을 시작했다.
약초꾼의 망태에는 시커먼 방망이 같은 것이 열댓 개가 있었는데
몇 마디 흥정 끝에 우리 돈으로 5만원 정도를 주고 몽땅 샀다.
중국에서는 꽤 비싼 가격으로 산 그 약초는 오리나무더부살이였다.
다시 산을 오르며 이 친구는 이것을 산 까닭을 털어놓았다.
이도백하에서는 조선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탈북한 여성들이
이 씨배동무를 수소문해서 찾아와 여러 가지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 친구는 순수한 동포애로 숙식과 구직을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그런데 빈손이나 다름없는 탈북여성들은 고마움에 보답할 길이
오직 맨몸 밖에 없다며 막무가내로 이 친구에게 달려들더란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 전투적으로 열렬하게 보답을 너무 많이 해서
이 친구의 체력과 생업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이 오리나무더부살이가 확실한 해결사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씨배동무)
오리나무더부살이는 명산의 정기가 가득한 높은 곳에서만 자라며
땅에서 불쑥 솟아오른 거무튀튀한 모양도 예사롭지가 않다.
이 식물은 예로부터 한약명으로 육종용(肉蓗蓉)이라고 불러왔고,
이것으로 담근 술은 육종용주라고 해서 피로와 허약체질은 물론,
남성과 여성 모두의 성기능 장애에 효과가 좋다고 전해왔다.
그 약효가 검증된 자료는 없으나 일단 이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나
야릇한 생김새를 보면 최소한의 위약효과(僞藥效果)는 있을 듯하다.
씨배동무는 백두산에 갈 때마다 들쭉술 같은 귀한 술을 내왔으나
오리나무더부살이로 담근 육종용주는 한 번도 가져오지 않았다.
이 친구는 여전히 탈북여성돕기사업에 힘을 많이 쓰는 듯하였다.
2016.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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