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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이루지 못한 일지매의 꿈 금매화

 




금매화

Trollius ledebourii Rchb.

 

고산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80cm.

잎은 3~5갈래로 크게 갈라지고 다시 2~3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7~8월 개화. 꽃의 지름 2.5~4cm.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1632년 명.청 교체기의 중국 소설에 나룡이라는 의적이 나온다.

그는 탐관오리와 부자들의 재물을 훔치고 나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도적으로 의심 받지 않도록 매화 한 가지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지매라는 영웅이 탄생한 듯하다.

 

조선조 말에 여러 문인들에 의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소개되었고,

20세기 초에 장지연이 엮은 <일사유사>(逸士遺事)라는 인물열전에서

일지매의 스토리가 슬픈 종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이후에 정비석의 소설 의적 일지매에 이어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나오면서

일지매는 홍길동, 임꺽정과 함께 가난한 백성들의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일지매는 고우영의 만화로 나오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그 이전의 작품에 나오는 일지매는 부자들의 재물을 턴 후에

매화꽃 한 가지나 벽에 붉은 매화를 그림으로 남겨 놓았었는데,

고우영의 일지매는 통 크게 금으로 만든 매화를 남겨 놓았다.


(정영진 님 사진)  

그 금매화는 아니지만 백두산에 가서 금매화를 만났다.

높은 산의 맑은 햇살을 받은 노란 꽃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백두산의 유장한 초록빛 산록을 수놓은 금매화의 군락은

아직도 이루지 못한 일지매의 꿈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스펙타클, 장관(壯觀)이란 말을 백두산에서 써 보았다.

 

인류의 역사 이래 가난한 백성들은 언제나 일지매같은 초인을

기다려왔으나 그것은 언제나 전설속의 인물로만 존재했다.

문명이 첨단으로 치달을수록 부당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어떤 초능력자도 털어갈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백두산 금매화 군락의 장관도 이제는 보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덕을 본 수많은 중국 사람들이 백두산을 찾게 되자

생태 보전을 목적으로 지정된 곳 외에는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백두산에서는 멈추지도 않는 셔틀차량을 타고 천지를 왕복하는

길밖에는 아무 곳도 갈수 없어서 전체 경관은 조망할 수 있으나

꽃의 형체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통일의 그날 우리 백두산에서 금매화의 장관을 다시 만날 꿈을 꾼다.

일지매의 금매화, 앞으로도 이루어지지 못할 꿈일지라도

우리는 죽는 날까지 꿈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에...

 

2017. 1. 4.

    

 

 

 

 

 

 

큰금매화

Trollius macropetalus (Regel) F.Schmidt


높은 산의 초원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80cm.

7~8월 개화. 꽃의 지름 4cm 가량. 꽃받침은 꽃잎 모양으로

5~8장의 난형이고, 꽃잎은 선형으로 8~18개로 서있다.

한국(북부), 중국 동북 지방,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겹금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