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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제대로 쪽빛을 만들라는 산쪽풀

 




산쪽풀

Mercurialis leiocarpa Siebold & Zucc.

 

섬의 산지에 나는 대극과의 여러해살이풀. 키 25~50cm.

줄기는 네모지고 잎은 마주나며 광택이 있다. 

3~5월 개화. 암꽃은 윗부분에 수꽃은 밑에 달린다.

제주도와 거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산쪽

 

 

 

 




식물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준다.

먹을거리는 물론 섬유, 목재, 종이, 약재 등이 거의 식물에서 나온다.

이런 용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쓰이는 것들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염료식물’은 점점 잊혀가는 듯하다.

 

지치, 치자, 감, 홍화, 율금, 쪽 등은 수천 년 동안 써온 염료식물이다.

노랑, 주황, 빨강 등의 따뜻한 색을 내는 식물은 우리나라에 흔했으나,

이름대로 쪽빛을 내는 ‘쪽’은 중국에서 수입해 온 재배작물이었다.

쪽은 한자로 ‘람’(藍)이고

'쪽에서 나온 물감이 쪽보다 푸르다'는 말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나는 희귀한 풀꽃들도 많이 보았지만 쪽은 만나지 못했다.

과거에 많이 재배했던 작물이 야생에 남아있지 않다면

그것이 우리 풍토에 맞지 않는 탓이리라.

 

 

옛날에 종자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쪽을 대신해서

산쪽풀에서도 쪽빛 염료를 얻었다고 한다. 

산쪽풀은 '산에 나지만 쪽빛 염료를 얻을 수 있는 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의 따뜻한 섬들에서만 자란다.

 

'쪽빛 하늘'이라는 말의 '쪽빛'이 ‘쪽’에서 나오는 색이다.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야말로 그 어느 곳보다도 맑은 쪽빛을 낸다.

산쪽풀의 초록빛 잎에서 그런 색이 나온다니 신기한 일이지만,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로부터 쪽빛물이 잔뜩 들었으려니 한다.

 

제주도와 기후가 비슷한 거문도에도 산쪽풀이 흔하다.

원래 거문도는 삼도, 삼마도, 거마도 등으로 불리던 섬이었다.

19세기 말, 청나라의 수군 제독 정여창(丁汝昌)이 이 섬에 와서

필담(筆談)으로 의사소통을 하다가, 이곳 사람들의 문장이 뛰어난데 놀라서

조정에 건의하여 거문도(巨文島)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요즘 점잖지 못한 사람들은 출처불명의 '쪽'이라는 말을 쓴다.

그 옛날 우리에게 맑고 푸른 '쪽빛'을 주던 풀은 잊혀지고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울 때 '쪽이 팔린다'는 비속어가 생긴 것이다.

기왕에 그리 쓸 말이라면, 마음이라도 잘 가꾸어

그 얼굴 빛에 맑은 쪽빛이 우러나게 할 일이다.

 

 

2012. 3. 23. 쓰고 2017. 1. 2. 고쳐 쓰다.








Persicaria tinctoria H.Gross

 

중국 원산으로 잎에서 염료를 얻기 위해 재배하였으나

일부가 야화 되었다. 높이 50~60cm.

잎은 긴 타원모양이며 마르면 검은 빛이 도는 남색이다.

8~9월 개화. 자잘한 꽃이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이삭꽃차례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