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예의바른 잡초 나도공단풀


 

나도공단풀

Sida rhombifolia L.

 

공터, 풀밭, 길가에 자라는 아욱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는 가지를 치며 전체가 별모양의 털로 덮여 있다.

7~10월 개화. 꽃의 지름은 1cm 정도이고 꽃자루는 1~1.5cm로 길다.

공단풀은 꽃자루가 짧아 꽃이 잎겨드랑이에 붙어 있고 잎자루가 길고,

나도공단풀은 꽃자루가 길고 잎자루가 짧다.

 

 




 

나도공단풀은 공단풀과 함께 1980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풀이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마치 영업구역을 나누듯이

공단풀은 주로 중부내륙 지역에, 나도공단풀은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40년이 되어가는 지금 공단풀은 육지에서 별로 번지지 못했으나

나도공단풀은 제주도에서 크게 성공해서 아주 흔한 잡초가 되었다.

  

잡초라는 타이틀은 크게 성공한 식물들에게 붙는 훈장이다.

잡초는 그 글자의 뜻으로만 보자면 하잘 것 없는 풀이지만

어떠한 시련도 견뎌낸 잡초불패의 영광스런 타이틀이다.

   

 

제주도에서 몇 년 살아보려고 한적한 마을에 거처를 정하고 나서

우연하게도 나도공단풀의 일생을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바로 앞집 돌담 아래에 이 식물의 싹들이 무수히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집을 사서 첫 봄을 맞는 집 주인은 전 주인이 가꾸던

화초인 줄 알고 날마다 물을 주며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6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자 앞집 주인은 실망스러워 했다.

덩치는 큰 풀이 겨우 두어 개의 자잘한 꽃을 피우는데다가

그것도 고작 열시부터 정오 무렵까지만 꽃을 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바람이 불거나 흐리고 비가 오면 아예 꽃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개화 시간은 나도공단풀의 친척인 공단풀이나 수박풀과 비슷했다.

  

  

8월부터는 제법 많은 꽃을 피웠으나 역시 오전 늦게 잠깐 뿐이었다.

그런데 나도공단풀의 무리가 무성해지자 양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돌담과 이 풀 섶 사이에 쓰레기나 꽁초를 슬쩍 버리기 시작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실망감을 느끼던 집 주인이 낫으로 몽땅 베어버렸다.

뿌리가 워낙 단단히 박혀서 손으로 뽑아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낫으로 베어내고 일주일도 안 되어 뿌리에서 싹이 올라와서

10월부터 겨울까지는 폐쇄화 속에서 계속 씨앗을 만들어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잡초의 속성을 거의 지니고 있는 이 식물이

다른 잡초와는 다르게 농사짓는 밭으로 들어가지는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예의바른 잡초가 엉뚱한 일로 날벼락을 맞다니...

 

2016.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