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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제대로 달맞이하는 애기달맞이꽃

 





애기달맞이꽃

Oenothera laciniata Hill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20~50cm.

줄기가 옆으로 퍼지며 모래땅을 긴다. 잎 가장자리는 새깃 모양으로

얕게 갈라진다. 5~9월 개화. 따뜻한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꽃이 핀다.

지름 2cm 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며 황적색으로 시든다. 

[이명] 좀달맞이꽃

 

 

 

 




애기달맞이꽃은 바닷가에서 달맞이를 한다.

이 꽃은 유럽에서 건너와 제주도의 바닷가에 자리 잡았고

남부지방의 섬이나 바닷가 모래언덕에서도 흔히 보인다.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은 세찬 바닷바람 때문에 키가 작고

바람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잎에 방수 코팅을 한다.

또 모래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고

물이 부족한 모래땅에서 잎을 도톰하게 해서 수분을 저장한다.

 

애기달맞이꽃도 대체로 이러한 해변식물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달맞이꽃이 키가 크게 자라는데 비해서

애기달맞이꽃은 애기처럼 모래땅을 기면서 계속 꽃을 피운다.

달맞이꽃은 여름 한철만 꽃을 볼 수 있지만 애기달맞이꽃은

따뜻한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야금야금 꽃을 피운다.


 

애기달맞이꽃도 달맞이꽃처럼 밤에 박각시가 수분을 해준다.

어느 초승달이 기우는 초저녁, 운 좋게도 박각시가 이 꽃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꿀을 빠는 것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이 박각시란 놈은 꽃에다 긴 대롱을 꽂아 멀리서 꿀을 빤다.

대체로 곤충들은 몸에 꽃가루가 달라붙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박각시는 꽃가루가 잘 붙지 않도록 날개에 코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애기달맞이꽃은 꽃가루 하나라도 박각시의 몸에 붙는데 성공하면

다른 꽃가루도 따라갈 수 있도록 가는 실에 주렁주렁 꿰어놓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책에 있는 이야기일 뿐 어두운 밤중에

거미줄보다 가는 실에 꽃가루가 달려가는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달맞이꽃은 제대로 달맞이를 하지 않는 편이다.

달맞이꽃은 달이 뜨고 나서도 한 두 시간이 지나서야 꽃을 피우니까

달을 맞는 것이 아니고 달구경이나 하러 나오는 것이다.

애기달맞이꽃은 달이 뜨기 전에 피어서 달을 기다리는 꽃이다.

계절과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꽃은 해 질녘에 먼저 피어서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2013. 7. 31.쓰고 2017. 1. 3.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