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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벼룩이자리와 개미자리

 




벼룩이자리

Arenaria serpyllifolia L.

 

밭이나 들에 자라는 석죽과의 한두해살이풀. 높이 5~25cm.

줄기에 짧은 털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잎자루가 없다. 

4~5월 개화. 꽃의 지름 6mm정도.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장이며,

꽃받침이 꽃잎보다 2배 정도 길고 끝이 뾰족하다.


 

 

 



 

우리 꽃 이름에는 ‘벼룩’이 들어간 것이 의외로 많다.

벼룩이자리, 벼룩나물, 벼룩아재비, 벼룩이울타리, 개벼룩...

추측건대 이 식물들은 하나같이 꽃이 작은데서

벼룩이의 이름을 얻어 쓴 것으로 보인다.

 

요즘 세상에는 벼룩을 찾으려고 해도 어렵지만,

옛날에는 싫건 좋건 벼룩과 함께 살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상 대화에서도 벼룩이 자주 튀어 나와서,

아주 작은 것이나 좀스러운 사람을 빗댄 표현으로 쓰였다.

‘벼룩이 간을 빼 먹는다’, ‘벼룩이 간 위에 육간대청을 짓겠다’,

‘벼룩의 불알만 하다’는 등의 속담도 벼룩의 작음에서 나온 것이다. 


(벼룩이자리(왼쪽)는 꽃받침이 뾰족하고 길게 나와있고, 개미자리(오른쪽)는 꽃잎과 같은 길이로 끝이 둥글다.) 


벼룩이자리와 비슷한 식물 중에 개미자리가 있다.

무슨 개미자리와 벼룩이자리라고 하는 식물이 십여 종이 넘는데,

어떤 식물은 ‘벼룩이자리’나 ‘벼룩이울타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떤 것은 개미자리라고 하는지 그 차이가 궁금했다. 

 

분류학적인 설명은 용어가 어렵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들꽃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좀 경박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간명하게 차별되는 포인트 한두 가지를 알고 싶어 한다.

개미자리들은 꽃받침의 길이가 꽃잎과 비슷하고 끝이 둥글고,

벼룩이자리는 꽃받침이 꽃잎보다 두 배쯤 길고 끝이 송곳처럼 뾰족하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차이를 설명해도 기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벼룩이자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바로 숙종 때의 충신 박태보(朴泰輔)선생의 어릴 적 이야기다.

그분이 대여섯 살 때쯤 방안에서 혼자 놀고 있었는데,

때마침 방안에 벼룩 한마리가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어린 박태보는 송곳으로 방바닥을 마구 찍고 다녀서

자리가 엉망이 되었을 때야 겨우 벼룩을 잡았다고 한다.

 

그런 집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했고,

인현왕후의 폐위를 끝까지 반대하다가 숙종으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삶을 마감했다.

송곳으로 벼룩을 잡던 우직한 집요함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벼룩이자리는 그 송곳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꽃받침에서

송곳으로 벼룩 잡았던 박태보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이름이다.

 

 

2013. 4. 5.에 쓰고 2016. 12. 30.에 고쳐 쓰다.

 

 

 





 


개미자리

Sagina japonica (Sw.) Ohwi

 

양지바른 들이나 길가, 공터에 자란다. 높이 15cm 정도.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줄기 윗부분에 샘털이 있다.

3~6월 개화. 꽃받침은 5개이며 길이 2mm정도로서 끝이 둥글고

꽃잎은 달걀모양으로 꽃받침과 길이가 같거나 약간 짧다.

 

 

   



 



큰개미자리

Sagina maxima A.Gray

 

바닷가의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란다. 높이 5~25cm.

줄기는 밀생하며 샘털이 있다. 잎은 아래에서 모여 나며,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온다. 4~9월 개화.

꽃잎은 넓은 달걀모양으로 끝이 둥글며 수술은 5~10개이다.

개미자리에 비해 잎이 두껍고 종자에 돌기가 없이 밋밋하다.

  




  

 


들개미자리

Spergula arvensis L.

 

양지바른 풀밭에 자란다. 높이 20~50cm. 아래쪽에서 가지를 치고

줄기 윗부분에 샘털이 있으며 잎은 마디에 12~18개 정도 돌려난다.

2~10월 개화. 꽃의 지름 5mm 정도. 꽃이 진 후에 밑으로 처진다.

수술은 10, 암술대는 5개이다. 유럽 원산으로 전국에 자생한다.

 

 








나도개미자리

Minuartia arctica (Steven ex Seringe) Graebn.

 

높은 산의 암석지대에 자란다. 높이 10cm 정도.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바늘모양의 잎이 마주난다. 7~8월 개화.

꽃의 지름은 8mm 정도이며, 꽃잎이 꽃받침보다 길다.

백두산 일대를 포함한 북부지방에 넓게 자생한다.

  





  

 


삼수개미자리

Minuartia verna var. coreana (Nakai) H.Hara

 

높은 산지의 건조한 곳에 자란다. 높이 10~20cm.

줄기는 가지를 많이 친다. 잎은 바늘모양으로 길이 8~15mm이다.

5~8월 개화. 꽃은 가지 끝에 3~7개씩 달린다.

함경남도 갑산과 삼수·혜산진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강원도 일부 지역에 남한 최초로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조옥란 님 사진) 

     




다북개미자리

Scleranthus annuus L.

 

길가나 풀밭, 해안가에 자란다. 높이 10~20cm.

줄기는 가지를 많이 쳐 옆으로 퍼지며 아래를 향한 잔털이 있다.

송곳모양의 잎은 잎자루가 없고 잎의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싼다.

5~8월 개화. 꽃의 지름은 3mm 정도이며 꽃잎이 없고

녹색 꽃받침이 있다.

유럽 원산으로 경북 남부의 해안, 제주 등에 자생한다.


(이동희 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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