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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올챙이솔이 영국에 간 까닭은

 


올챙이솔

Blyxa japonica (Miq.) Maxim. ex Asch. & Gurk.

 

논이나 연못에 자라는 자라풀과의 한해살이풀. 줄기의 길이 10~20cm 정도.

줄기가 아래쪽에서 2갈래씩 갈라지며 가늘고, 잎은 선형으로 어긋난다.

8~10월 개화. 꽃의 길이는 3mm 정도이고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3장이다.


(인디카 사진)

 

 




 

올챙이솔은 올챙이들이 노는 얕은 물에서 사는 작은 풀이다.

이 작은 풀은 이미 백여 년 전에 제주도에서 영국으로 건너가서

학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유럽 여행을 했던 세계적 식물이다.

우리나라 근대식물학이 태동하기도 전에 세계에 먼저 알려졌고,

절대 다수의 조선 사람들보다 먼저 유럽에 갔던 대단한 풀이다,

  

이 이름은 올챙이가 사는 곳에 자라는 솔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옷솔, 칫솔 등, 솔의 종류도 많다보니 이 식물의 어떤 부분이

어디에 쓰는 무슨 솔을 닮았는지는 쉽게 상상이 닿지 않아서 혹시,

뙤약볕에 올챙이의 그늘이 되어주고 그들을 천적으로부터 숨겨주는

올챙이들의 소나무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그러나 올챙이솔보다 덩치가 훨씬 큰 식물을 올챙이풀이라고 하므로,

올챙이솔의 소나무로 해석하기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박해정 님 사진) 

같은 속의 올챙이자리는 올챙이들이 노는 자리 쯤 되는 이름인데,

올챙이솔과 여간해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식물이다.

맨눈으로는 그 차이를 알아낼 수가 없어서 자료들을 살펴보니,

열매의 위치와 모양, 씨앗의 모양 등에서 여러 차이가 있으나

그들을 보지 않고 설명문으로 습득할 지식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올챙이솔, 올챙이풀, 올챙이자리의 3종이 있는

Blyxa속 식물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9~10종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들은 1908년에 제주도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신부

타케(Taquet)가 표본을 채집하여 대영박물관과 큐 왕립식물원에 보내어

Blyxa속의 연구를 도왔을 정도로 분류학적 의미가 큰 식물이다.


(배영구 님 사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논과 얕은 습지에 사는 이 속의 식물들은

논과 습지가 줄고 농약 사용이 늘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나라의 근본인 백성들조차 안전하지 못한 요즘 세태를 보면

올챙이들이 꼬물대는 물속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풀들을

나라가 보살펴줄 날을 기대하기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2016. 12. 29.

 

 

 






 



올챙이풀

Blyxa echinosperma (C.B.Clarke) Hook.f.

 

올챙이솔과 같이 논이나 얕은 물가에 자란다.

높이 7cm 정도. 올챙이솔에 비해 전체적으로 크다.

 8~9월 개화. 꽃잎이 3갈래로 벌어지는 올챙이솔과 달리

꽃잎이 벌어지지 않는다. 열매의 양쪽 끝에 긴 꼬리가 달리고

씨앗의 표면에는 사마귀 모양의 잔돌기가 있다.


(올챙이풀의 꽃(위)과 잎(아래) 모습. 이정해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