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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허유가 그리워지는 꽃 땅귀개

 




땅귀개

Utricularia bifida L.

 

습지에 자라는 통발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15cm.

실같이 가는 땅속줄기에 길이 6~8mm 정도의 피침형 잎이 성기게 나고

벌레잡이주머니가 군데 군데 달려있다.  8~10월 개화.

길이 7mm 정도의 꽃을 총상꽃차례로 피워 올린다.

 

 

 

 

 

 

 


귀개는 귀지를 파내는데 쓰는 '귀이개'를 잘 못 쓴 말이고,

땅귀개는 땅에서 솟은 귀이개 모양의 식물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땅귀개, 자주땅귀개, 이삭귀개의 세 종류가 자생하고 있다.

땅귀개는 비교적 흔하고, 자주땅귀개는 땅귀개와 꽃 모양이 닮았으나

꽃이 자주색으로, 아주 희귀해서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삭귀개는 보통 땅귀개와 함께 자라기도 하며 꽃 모양이 다르다.


이들 세 가지의 귀개 중에서는 땅귀개가 가장 귀이개를 닮았다.

노란 꽃은 귀이개의 작은 주걱으로 커다란 귀지를 떠낸 모습이고,

열매는 그대로 귀를 후비는 귀이개를 빼닮은 모양이다.


(땅귀개, 마용주 님 사진)

귀를 청소하는 귀이개 크기만한 땅귀개를 가까이 보려고

맑은 물이 자작하게 흐르는 땅에 머리를 대다시피하고 보니

문득 그 옛날 강물에 귀를 씻었다는 허유의 고사가 생각났다.


허유(許由)는 중국의 요순시대에 산중에 숨어살던 어진 선비였다.

요임금은 주변에 임금의 자리를 물려줄 마땅한 사람이 없어 고민하다가

고절한 선비로 이름난 허유를 찾아가 천하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허유가 요임금의 제의를 거절하고,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을 들었다며

영수(潁水)라는 강에 가서 자신의 귀를 씻었다고 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한 술을 더 떴던 별난 사람이 소부(巢父)라는 인물이다.

허유가 들었다는 말도 더럽지만, 숨어살면서도 은근히 이름을 퍼뜨린

허유의 귀도 더러운 것이니 자신이 타고 다니던 말조차 먹일 수 없다하며,

그가 귀를 씻었던 자리 위에 가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고 한다.


(자주땅귀개)

허유나 소부 같은 인물은 도가 지극히 높은 사람이어서 

요즘은 그 절반이라도 되는 사람조차 희귀한 시대이다.

지난 반세기 이 나라의 통치자 중에서 본보기가 된 사람이 없고,

지금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이 귀를 씻어야할 말들을 뱉어내고 있다.


맑게 반짝이는 물 위에 솟은 귀개들은 자연의 고마운 선물이다.

작은 꽃들을 피운 귀개들에게 귀를 가까이 기울여 보면

세상의 먼지가 켜켜이 쌓인 귀를 시원하게 씻어줄 듯하다.

나잇살로 좁아진 마음의 귓구멍도 뚫어줄 것 같다.  

 

 

2012. 1. 4. 쓰고, 2016. 12. 27.에 고쳐 쓰다.

 

 

 

 

 

 






이삭귀개

Utricularia racemosa Wall.

   

보통 땅귀개와 같은 환경에서 함께 섞여서 나기도 한다. 

땅귀개보다 약간 키가 크고, 길게는 30cm 까지 자란다.

꽃은 연분홍 또는 연보라색으로 땅귀개와 모양이 다르다.

 

 

 












자주땅귀개

Utricularia yakusimensis Masam.

 

높이 10cm 까지 자란다. 꽃모양은 땅귀개를 닮았고,

꽃의 색깔은 연한 청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다.

땅귀개나 이삭귀개에 비해 희귀한 편이어서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