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풀
Aneilema keisak Hassk.
논이나 늪에 나는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는 기면서 가지가 갈라지고, 각 마디에서 수염뿌리가 나온다.
6~9월 개화. 꽃의 지름은 1cm 정도.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1송이씩 달리며 하루만 피고 시든다.
우리가 쓰는 사마귀라는 낱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피부에 나는 부스럼의 일종으로 한자로는 사마귀 우(疣)자를 쓴다.
이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전염성이 있고, 치료가 간단하지 않고
피부조직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서 재발률도 높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겁이 없고 수컷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악명 높은 사마귀로
한자어로는 사마귀 ‘당’(螳) 사마귀 ‘랑’(螂)자를 써서 당랑이라고 한다.
사마귀풀의 이름은 이 중에서 피부 부스럼인 사마귀와 관련이 있다.
이 식물의 일본명이 이보쿠사(イボクサ, 疣草)로 우리말로는 사마귀풀이다.
식물명의 유래를 밝힌 일본의 자료를 보면 이 식물의 즙을 내서 바르면
사마귀가 제거된다는 일본의 민간속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마귀 치료법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검색해 본 결과로는
현대의학은 물론이고 한방 치료법에서도 사마귀풀 치료법은 없었다.
차라리 이 사마귀풀의 꽃을 옆에서 보면 특이한 역삼각형으로 생긴
곤충 사마귀의 머리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사마귀풀의 이름이 변해온 문헌들을 조사해보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의 옛 문헌에 나오는 이름은 ‘물에 자라는 대나무 닮은 풀’이라는 뜻인
수죽채(水竹菜), 수죽초(水竹草), 죽두채(竹頭菜) 등이었다.
이 이름이 좀 고리타분했던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애기닭의밑씻개’라는 우리말 이름을 새로 지어서 등록을 했다.
‘닭의밑씻개’는 흔히 달개비라고도 부르는 ‘닭의장풀’의 이명이다.
사마귀풀이 닭의장풀보다 꽃의 크기가 작고, 여섯 개의 수술 중에서
헛수술이 세 개인 것도 닮아서 애기닭의밑씻개로 명명한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광복 이후인 1949년에 발간된 <조선식물명집>에서 일본명을
번역한 듯한 ‘사마귀풀’로 이름을 바꾼 까닭이 우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같은 해에 발간된 박만규 선생의 <우리나라식물명감>에서는
‘애기달개비’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운 것이다.
<조선식물향명집>과 <조선식물명집>의 대표저자격인 정태현 선생과
<우리나라식물명감>을 쓴 박만규 선생은 우리나라 식물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나카이 박사와 한 팀이 되어 오랫동안 한반도의 식물탐사를 해 온 분들이다.
그분들이 남긴 식물명을 보면, 정태현 님은 일본명을 그대로 쓴 것이 많고
박만규 님은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이름을 붙이려한 경향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국명으로 쓰는 것은 정태현 선생이 붙인 이름이 대부분이어서
식물학계의 내력을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좀 거시기한 기분이 든다.
2016.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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