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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만주바람꽃과 개구리발톱

 




만주바람꽃

Isopyrum manshuricum (Kom.) Kom.

Semiaquilegia manshurica Kom. (이전 학명)

 

산지 계곡 부근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정도.

4~5월 개화. 잎 사이에 꽃줄기가 나와서 지름 1cm정도의 꽃 2~3개가 달린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한다.

 

 

 




개구리발톱

Semiaquilegia adoxoides (DC.) Makino

 

산지 숲속이나 길가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cm.  줄기에 털이 밀생한다.  3~5월 개화.

꽃줄기의 윗부분이 갈라진 끝에 지름 5mm 정도의 꽃이 1개씩 달린다.

호남, 제주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이명] 개구리망, 섬개구리망, 섬향수꽃, 섬향수풀

 

 

 

 

 

 

우리나라에는 무슨 바람꽃이라는 식물이 열댓 가지가 있다.

그 중 여남은 종은 바람의 신 제피로스 Zephyros의 연인인

아네모네 Anemone 속(屬)으로, 바람꽃의 종가라고 할 수 있고,

변산과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은 각각 다른 집안이다.

 

만주바람꽃은 처음에 개구리발톱과 같은 속으로 분류되었으나

나중에 다른 속으로 학명이 바뀐 식물이다.

만주바람꽃은 만주와 한반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고,

개구리발톱은 충청도 남쪽과 호남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습한 계곡 부근에서 잘 자라며 그 모습도 비슷해서,

만주바람꽃의 꽃이 약간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만주바람꽃, 최수익 님 사진)

 

그런데 무슨 ‘바람꽃’이라고 하면 왠지 품격 있는 꽃 같고,

‘개구리’ 어쩌고 하면 아무데서나 자라는 잡초로 느껴진다.

하물며 미물로 여기는 개구리에다 발톱까지 붙었으니

하잘것 없게 여기는 심정이 나만의 느낌은 아닐성싶다. 

근연관계인 두 식물에 대한 느낌이 이렇게 다른 걸 보면,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 두 사람은 만주 청산리 대첩으로 빛나는 이름, 김좌진 장군과

정치 깡패의 타이틀이 붙은 그의 아들 김두한이다. 

한 사람은 ‘만주’의 풍운아로 바람처럼 살다가 갔고,

그의 아들은 독재 정권의 ‘발톱’정도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협객을 폄하하는 듯하지만,

나는 사실 그분의 의협심과 사내다움을 무척 좋아한다.

 

(개구리발톱)

 

만주바람꽃과 개구리발톱, 김좌진과 김두한,

이 조합들 간의 유사성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서

‘성장 환경의 차이’라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김좌진 장군은 뿌리 깊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일생을 인재 양성과 조국 광복의 대의에 바치다가

42세의 아까운 나이에 공산주의자에게 암살되었다.

김두한은 나라 없고 부모 없이 뒷골목의 부랑아로 성장했다.

그의 빼어난 열혈 유전자는 건국 초기의 혼탁한 소용돌이에서

올바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개구리발톱도 만주 벌판에서 몇대가 지나면

만주바람꽃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2013. 1. 23.에 쓴 글을 2016. 12. 27.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