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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비단잉어가 연꽃을 뜯어먹다니

 




연꽃

Nelumbo nucifera Gaertner

 

연못에서 자라거나 재배하는 수련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정도.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마디가 있고, 잎의 지름은 30~50cm이다.

7~8월 개화. 꽃의 지름은 15~20cm. 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깔때기 모양의 꽃받침이 커지며 종자가 구멍속에 들어있다.


 

 

 

 


 

법정 스님은 연못에 나가서 연꽃 향기 듣기를 즐겼다.

스님은 ‘향기를 맡는다’는 표현은 동물적이라며 쓰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경복궁, 창덕궁, 독립기념관의 연못에

연꽃이 모두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고 스님이 쫓아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인위적으로 제거 된 것임을 확인했다.

 

스님은 ‘불교에 대한 박해가 말할 수 없이 심했던 조선왕조 때 심어서

가꾸어온 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뽑혀 나갔다.

이 연꽃의 수난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꽃에게 물어보라. 꽃이 어떤 종교에 소속된 예속물인가...’

라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당시의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였다.)

 

이 글을 읽은 대통령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며칠 뒤 대통령 비서관이 스님을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연못에 비단잉어가 너무 많아서 연꽃을 다 뜯어 먹었답니다'라더란다.

대통령까지 등장하는 이 코미디는 스님의 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만한 무게만 싣고 있다. 박관호 님 사진)


스님의 글에는 연못에는 연꽃도 그 향기도 자취없이

비단잉어떼의 비린내만 풍기고 있었다는 대목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주변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비선(秘線), 비리(非理), 비굴(卑屈), 비서(秘書)... 여러가지 ‘비’자들이

먹이를 다투는 비단잉어떼처럼 비비적 거리며 같은 비린내를 풍기는 것이다.  

세상 비린내 나는 것들이 고이고 썩은 진흙 위에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연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함께

일렁이다가 어느만큼 고이면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리는데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

                                                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아하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를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

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

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꽃을 제대로 보고 그 신비스런 향기를 들으려면 이슬이 걷히기 전

                                                이른 아침이어야 한다. 

- 법정 -

 

2011. 12. 6. 에 쓰고 2016. 12. 27.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