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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영국인의 사고방식과 병아리다리



병아리다리

Salomonia oblongifolia DC.

 

물기가 많고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원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30cm.

잎은 긴타원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길이는 3~8mm, 잎자루가 거의 없다.

7~9월 개화. 꽃은 지름 1mm, 길이 2mm 정도로 작으며 꽃자루는 없다.

남부지방에 드물게 자생하며 세계적으로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2016129일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보도하며 '강아지 게이트(Puppygate)'라고 언급했다.

BBC강아지가 한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렸나라는 제목의 르포에서,

고영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강아지 때문에 최순실과 다툼이 있었으며,

이에 화가 난 고영태가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폭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의 언론도 이런 논리로 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것을 보지 못했다.

 

이 흥미롭고도 독특한 시각은 15세기의 영국 민요에서 이미 나타난다.

 

못 하나가 없어서 말편자가 망가졌다네

 말편자가 없어서 말이 다쳤다네

말이 다쳐서 기사가 부상당했다네

기사가 부상당해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나라가 망했다네

 

다윈의 종의 기원에도 이와 비슷한 어떤 연구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간단하게 줄여보면 지방에 고양이 전염병이 돌면 들쥐가 크게 늘고,

들쥐가 늘면 땅벌을 거의 잡아먹어서 토끼풀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그러한 사료작물이 줄면 그 지방의 목축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종의 기원마지막 문단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생명은... 그토록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극히 경탄할 무한의 형태가

산출되고, 지금도 산출되고 있다는 이 견해 속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영국인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극히 작은 것에서도 무한한 상상을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가 지지 않는 위대한 나라를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

 

병아리다리는 다윈의 표현처럼 극히 단순한 생명체다.

가느다란 줄기 하나에 눈곱만한 꽃들이 병아리떼처럼 붙어있고

작은 잎들은 줄기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이쑤시개 두어 개 길이의 가느다란, 이름처럼 병아리다리만한

이 식물은 무슨 번식전략을 가지고 이 지구에 왔을까?

 

병아리다리의 속명 Salomonia는 지혜로운 왕 솔로몬의 이름으로,

이 작은 식물이 어떤 깊은 지혜를 품고 있다는 암시로 느껴진다.

강아지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못 하나가 빠져 나라가 망한다고 하니

문득 이 작고 단순한 식물도 예사롭게 보아 넘겨지지가 않는다.

 

2016.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