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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난초보다 약초로 알려진 천마


 


천마

Gastrodia elata Blume

 

숲의 반그늘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난초.

높이 30~100cm. 부생란으로 덩이줄기에 마디가 있고 육질이다.

6~8월 개화. 꽃은 길이 1cm 정도의 항아리 모양이다.

전국에 드물게 분포하며 약재로 재배된다.

 

 






귀한 약초로 알려진 천마는 난초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멋진 잎도 없고 꽃도 자잘한 밥풀떼기 같은데다가

그 이름을 보더라도 난초보다는 약초로 더 알아주는 듯하다.

천마는 그 뿌리를 말린 약재의 이름이 그대로 식물명이 된 경우이다.

천마에 대해서는 조금은 뻔한 줄거리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예쁜 효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반신마비가 되어 쓰러지자 간절히 치성을 드렸다.

그때 산신령이 나타나 어느 산꼭대기에 하늘에서 내린 약초가 있는데

산이 매우 위험하므로 용기 있고 건장한 청년에게 부탁해야하고,

약초를 얻으면 반드시 그 청년과 결혼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많은 청년이 실패를 했으나 오직 한 청년이 그 약초를 구해 와서

어머니의 병이 나았고 산신령의 말대로 그 청년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약초 이름을 하늘에서 내려준 마목(麻木), 즉 마비가 되는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뜻으로 천마(天麻)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재진 님 사진)  

전설은 진위를 책임 질 사람이 없는 이야기이므로

그럴듯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 전설은 좀 어설프게 꾸민 테가 난다.

천마는 산꼭대기 같은 건조한 곳에 자라는 식물이 아니고,

참나무류의 썩은 그루터기가 많은 습한 골짜기에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에서 먹을거리와 약을 구할 수밖에 없었던 옛 사람들의

애환을 생각해보면 이런 전설들은 기본적인 리얼리티를 깔고 있다.

 

천마는 맥박과 신경을 안정시키고 경락을 이어주는 작용을 해서,

고혈압, 신경성 질환, 당뇨, 성 기능 장애, 여러 가지 마비증세,

간질병, 언어장애 등에 효과가 좋은 약재라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대단한 효능이므로

그 이름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마비증상 치료제라고 할만하다.


천마를 이야기하면서 수자해좃이라는 이명을 무시할 수 없다.

식물명의 유래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좀처럼 이명을 같이 쓰지 않는데, 이 책에서 수자해좃을 병기한 것을 보면

그 시대에는 천마 못지않게 보편적으로 쓰였던 또 하나의 이름으로 보인다.

얼핏 생각하면 수자해좃은 어떤 짐승 수컷의 거시기로 보이지만,

아마추어의 한계로 수자해의 정체를 추측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후일에 뜻있는 분의 연구로 수자해의 정체가 밝혀질 것을 기대해본다.

 

 

2016.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