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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스펙타클한 산중군자 자란초



  자란초

Ajuga spectabilis Nakai

 

산지의 반그늘진 곳에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아래쪽 잎은 작고 위로 갈수록 커진다.

5~6월 개화. 꽃은 줄기 끝에 길이 3cm 정도의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중부 이남의 해발 400m 이상의 산지에 드물게 자생한다.

 

 



 

늦은 봄이나 초여름 산행길에서 자란초를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받았을 만큼 드물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를 품격과 넉넉함이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자란초의 학명을 보면 나카이 박사가 이 땅의 식물을 탐사하면서

자란초를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감격했을만한 정황을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이 식물의 학명을 붙이면서 종소명을 장관(壯觀)이다’, 또는

스펙터클하다라는 의미로 spectabilis로 명명했기 때문이다

 

(김인래님 사진) 

자란초는 전초도 상당히 크지만 잎이 더욱 넓고 넉넉해서

나카이는 그 잎에서 스펙타클하다라는 첫인상을 받았지 싶다.

꿀풀과에는 묵은 밭이나 들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식물들이 많고,

자란초가 속한 조개나물(Ajuga)속에서도 단연 군계일학과 같아서

식물학자로서의 즐거운 충격과 함께 절로 탄성이 나왔으리라.

 

자란초는 무리지어 자라는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다.

온갖 풀들이 무성한 숲에서 자란초의 군락을 만나면

시정잡배들과 함부로 어울리지 않는 신사들의 품격처럼

주변의 다른 풀들과 거의 섞여 자라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품위가 있다.


(박해정님 사진)  

대체로 이런 연유에서 자란초(紫蘭草)라고 불리게 되었을 것이다.

자란초는 자주색의 꽃이 피는 난초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꿀풀과의 식물이 난초의 이름을 얻은 것은 엄청난 신분상승이다.

예로부터 난초는 사군자의 하나로 귀하게 여겨온 식물이었는데

주로 광대나물이나 조개나물처럼 잡초취급을 받는 꿀풀 집안에서

난초 가문의 이름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자란초는 스펙타클한 산중군자임에 손색이 없다.



2016.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