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구상난풀과 너도수정초



 

구상난풀

Monotropa hypopithys L.

 

산지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높이 20cm 정도. 8~9월 개화. 지름 1cm, 길이 1.5cm 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3~10개 정도 달리며 꽃잎에 털이 밀생한다.

열매는 길쭉한 구형으로 개체가 성장할수록 곧추선다.


(윤상열 님 사진)

 

 





구상난풀은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1976년에 이창복 교수의 논문을 통해 소개된 식물이다.

그 후 40년 동안 육지의 여러 곳에서 드문드문 발견되었고,

다른 침엽수림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상난풀이 우리나라에 알려진지 몇 년 후인 1982년에 발간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안학수 이춘영 박수현 공저. 일조각)에서는

구상난풀과 비슷한 너도수정초가 국내미기록종으로 소개되었다.

너도수정초는 1938년에 처음으로 일본의 식물학자 하라가

일본 식물학회지에 구상난풀의 변종으로 꽃에 털이 없다는 의미의

학명(M. hypopithys var. glaberrima Hara)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구상난풀, 한라산)

깊은 산중에서 은둔하듯 살며 개체수도 희소한 이런 식물들은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필름 값이 들지 않는 카메라를 들고 옛날에는 찍기에

아까웠던 온갖 소소한 것들을 찾아 산과 들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에 드는 예쁜 꽃들을 주로 찍다가 점점 특별한 식물로

대상이 옮겨져서 드디어 식물학자들의 경지까지 침범하게 되었고,

너도수정초는 이 여정이 거의 끝날 무렵에 만나게 되는 식물이다.

 

아마추어들이 너도수정초까지 도달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구상난풀로만 알았던 식물 중에 너도수정초가 섞여 있었다니,

이건 또 어떻게 다른가하고 꽃벗들의 호기심이 발동했고,

덕분에 나는 늘 궁금했던 한 가지 의문을 시원하게 풀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구상난풀이 6월에도 피고 8,9월에도 피는 줄 알고

혼란스러웠는데, 6월에 피는 것은 너도수정초였던 것이다.

    

(너도수정초, 지리산) 

너도수정초와 구상난풀이 다른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구상난풀의 꽃 안쪽에는 털이 많고 식물체가 주황색에 가까우며,

너도수정초의 꽃에는 털이 없이 매끈하고 구상난풀에 비해

전체적으로 밝은 노랑색에 가깝다는 차이가 확실히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너도수정초라는 이름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수정난풀과 나도수정초는 식물체가 희고 투명한 느낌을 주어서

수정처럼 맑다는 이미지로 공감하기 쉬운 이름들이다.

그런데 너도수정초는 노란색을 띠며 구상난풀의 변종이므로

나도구상란으로 명명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2016. 12. 4.


 

 

 

 

 


너도수정초

Monotropa hypopithys var. glaberrima Hara

 

산지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높이 20cm 정도.

6월 개화. 지름 1cm, 길이 1.5cm 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달리며,

꽃잎이 반투명한 편이고 안쪽에 털이 없이 매끈하다.

구상난풀에 비해 전초가 밝은 노란색을 띤다.


(박해정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