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가을에 꽃 피는 동해안의 매화마름


 


매화마름

Ranunculus kadzusensis Makino


논 주변이나 개울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한두해살이풀.

길이 50cm 정도.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마디에서 뿌리가 나온다.

서해안지역은 봄, 동해안은 가을에 개화. 꽃의 지름은 1cm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화마름이 서해안에 가까운 지방의 논에서 주로 자란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자생지가 강화도, 김포반도, 태안반도, 안면도 등지이고

목포, 서천, 논산 지역에도 소규모 군락이 있는데 모두 서해안 권역이다.

대개 논이나 주변 습지와 물의 흐름이 느린 농수로에서 자라지만

남해안이나 내륙의 비슷한 환경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동해안의 매화마름)

몇 해 전 경남의 동쪽 해변으로 둥근바위솔을 보러 가는 길에

늦은 가을에 꽃이 핀 매화마름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더욱이 그때까지 보아왔던 서해안의 매화마름보다 꽃이 두 배쯤 크고,

차가운 시냇물의 빠른 흐름에 맡긴 잎의 갈래도 많이 길어 보였다.

이 매화마름은 언젠가 몽골의 초원에서 만났던 것과 거의 같았다.


(몽골의 매화마름)  

러시아아의 자료에도 동해안의 매화마름과 같은 사진들이 나와 있었고,

흐름이 빠르고 찬 물에서 자라며 여름에 꽃이 핀다는 설명이 있었다.

식물 분류를 깊이 공부한 꽃벗 한 분으로부터 러시아에서는 호소형(湖沼型)

매화마름과 계류형(溪流型) 매화마름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과 일치하는 정보여서 더 믿음이 갔다.

 

야생화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무르익어갈 때쯤이면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미세한 차이를 가지고

앞에다 이니 이니 하는 접두사를 덧댄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이를 테면 쇠무릎과 털쇠무릎, 기생꽃과 참기생꽃 같은 것들로

이들은 그 차이가 모호하여 실체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동해안의 매화마름)

그러나 가을에 꽃이 피는 매화마름은 서해안의 매화마름에 비해

자라는 환경과 꽃의 크기와 잎 모양뿐만 아니라 개화시기도 달라서

이 식물이야말로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이 식물을 달리 본 학자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줄 때까지

나는 이 꽃을 가을매화마름으로 불러주려 한다.

 

2016.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