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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나사말의 마술같은 수중결혼식


 


나사말

Vallisneria natans (Lour.) H.Hara


저수지나 하천, 농수로 등의 물속에 자라는 자라풀과의 여러해살이풀.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고 길이 30~70cm의 선형으로 끝은 둔하다.

8~9월 개화. 암수딴그루로 수꽃이 물속 잎겨드랑이에서 떨어져 수면으로

올라와 암꽃과 수정이 끝나면 암꽃꽃자루가 나사처럼 말린다.

(나사말 암꽃, 황재현 님 사진)

 

 

 

나사말은 물의 흐름이 느린 얕은 물가에 사는 수초이다.

무심코 보면 꽃도 없고 녹색의 긴 잎만 물결에 흔들리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식물의 생김새와 수분과정이 여간 흥미롭지 않다.

이 식물은 암수딴그루 식물로 암꽃그루는 물 위에 꽃을 피우고

수꽃그루는 물속의 뿌리근처에 길쭉한 주머니 속에다 꽃을 담고 있다.

 

폭염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에 물 위에서 암꽃이 피어 유혹하면

수꽃은 물속에서 꽃 주머니를 터뜨려 200여개의 수꽃을 올려 보낸다.

여기서 터져 나온 것을 꽃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고 단순하고,

꽃가루라고 하기에는 물 위에 뜨게 하는 꽃받침이 있어서 애매하다.


(암꽃 주변에 모여든 수꽃들, 박해정 님 사진)  

 

여기저기서 떠오른 수많은 수꽃들은 물의 흐름과 바람을 따라

어쩌면 저마다의 인연에 따라 수면에 피어있는 암꽃 주위에 모여든다.

이 모습은 아름다운 미녀 앞에 수많은 청년들이 꽃 한 송이씩 들고

무릎을 꿇고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간청하는 이벤트와 같다.

 

암꽃이 하나의 수꽃을 택하여 인연을 맺은 후에는 긴장이 탁 풀리듯

암꽃줄기가 도르르 말려서 용수철 모양이 되고 물속으로 잠긴다.

이때의 줄기 모습이 마치 나사와 같아서 붙은 이름이 나사말이다.


(수분 완료 후 나사처럼 말린 암꽃 줄기, 박해정 님 사진)

  

나사말처럼 혼인의 몸짓이 멋지게 드러나는 식물은 드물다.

나사말의 처녀꽃은 신비한 부력의 작용으로 물 위에 떠있다.

그리고 물결과 바람의 인도로 몰려드는 수많은 총각꽃 중에서

가장 멋진 신랑감을 골라서 물속에 신방을 차리는 혼례의 과정은

하나의 신비로운 마술이며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보인다.

 

2016.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