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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그리운 이름 택사와 올미


 

택사(澤瀉)

Alisma canaliculatum A.Br. & Bouche

 

연못이나 논 등 얕은 물에서 자라는 택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100cm.

잎은 뿌리에서 나고 밑부분이 넓어져 서로 감싼다. 잎몸은 피침모양이다.

7~9월 개화. 긴 꽃자루에 3개씩 잔가지가 돌려난다. 꽃의 지름은 1정도로

하루만 피고 오후에 피기 시작해 저녁이면 진다. 덩이뿌리를 말려 약재로 쓴다.

 

 



 

택사와 올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보금자리를 대부분 잃은 식물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바람이 이들이 사는 저지대의 습지를 메워서

단단한 땅을 만들고 아파트와 공장과 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구가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모르기는 해도

대부분의 자연습지가 공업생산과 주거를 위한 땅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옛 문헌들을 보면 택사와 올미는 백성들의 삶과 가까이 있었다.

택사는 다산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 2월령에 당귀 천궁 시호

등의 약초와 함께 때맞추어 캐어서 가정상비약으로 쓰라는 대목에도 나온다.

택사는 동의보감에 방광의 열을 없애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소변이 방울져 떨어지는 것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소가 많이 먹으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한다.



택사는 이렇게 확실한 약효가 있어서 지금도 남쪽 지방에서는

약초로 재배하기도 하고 자연습지에서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택사에 비해서 올미는 크기가 작은 탓인지 훨씬 만나기가 어렵다.

주로 묵은논에서 자라는 올미는 해가 거듭될수록 키 큰 식물들과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에 쫓겨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하다.

 

올미는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식물이다.

김종원 박사가 쓴 한국식물생태보감(1)에는 올미의 이름에 대하여

방대하고 깊이 있는 문헌연구를 통해 썩 공감이 되는 유래를 밝혔다.

요컨대 올미는 500여 년 전부터 여러 한자명으로 쓰인 기록이 있는데,

그 한자들이 오리와 연관이 되며 올미는 오리가 사는 습지에 자라므로,

야생하는 오리의 거친 양식이라는 뜻의 오리메를 어원으로 보고 있다.

흉년에 뿌리를 양식으로 썼던 메꽃의 도 밥을 뜻하는 우리의 옛말이다.

수백 년 된 식물의 이름에서 이보다 더 근거 있는 유래설은 없을 듯하다.



이런 식물들은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삶 가까이 있었다.

마을 주변에도 작은 연못과 도랑이 있어 개구리들의 합창을 들으며

마당에 멍석 깔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던 시절이었다.

택사와 올미는 그런 향수를 불러다주는 그립고도 반가운 식물이다.

 

2016. 12. 6.





  

올미

Sagittaria pygmaea Miq.

 

도랑이나 묵은 논, 습지에 자라는 택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5cm.

뿌리줄기는 가늘고 길게 옆으로 뻗으며 끝에 덩이줄기가 있다.

잎은 선형으로 길이 8~16cm로 다수의 평행맥이 있다.

6~9월 개화. 지름 1cm 정도의 꽃이 1~2단으로 돌려나고

위에 수꽃, 아래에 꽃자루가 없는 1~2개의 암꽃이 달린다.

(엄의호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