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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우연히 세상에 알려진 새둥지란


 


새둥지란

Neottia nidus-avis var. manshurica Kom.

 

높은 산지의 그늘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난초. 높이 30cm 정도.

부생란으로 뿌리는 육질이고 밀집된 땅속줄기가 있다. 6~8월 개화.

5mm정도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피고 입술꽃잎은 2갈래로 갈라진다.

평북과 백두산 일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자생한다.

 

 

 




 

2천년대에 들면서 많은 야생화 탐사가들이 백두산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비행기로 연길공항까지 가서 차를 타고 세 시간 남짓 달려

백두산 자락의 이도백하진에 짐을 풀고 백두산에 드는 코스를 택한다.

연길에서 백두산을 가려면 선봉령이라는 큰 고개를 넘게 되는데

어떤 여성 꽃벗이 용변이 급하여 적당한 곳에 임의로 차를 세우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새둥지란을 발견하였다.

 

그 무렵에는 북한의 평안북도 대홍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은 이름인

홍산무엽란으로 불렀으나 국명은 새둥지란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새둥지란은 땅속줄기가 밀집된 모양이 새둥지를 닮았다는 이름으로

1996년에 이우철 박사가 북한의 방언을 차용하여 붙인 것이며,

일본 이름 역근란(逆根蘭)도 뿌리가 거꾸로 선 난초라는 뜻이다.

 

(선봉령의 새둥지란) 

백두산 가는 길에서 새둥지란이 발견된 지 몇 년 후에

강원도의 깊은 산을 탐사하던 몇몇 꽃벗들이 새둥지란을 발견했다.

백두대간이 뻗어 내린 강원도의 높고 깊은 산줄기와 계곡에는

새둥지란 뿐만 아니라 삼수개미자리, 분홍바늘꽃, 버들까치수염,

나도범의귀, 조름나물, 비로용담, 벌깨풀, 큰바늘꽃, 제비붓꽃 같은

북방계식물들이 아마추어 탐사가들의 활동으로 발견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는 새둥지란보다 키가 작은 한라새둥지란이 자란다.

한라새둥지란은 2002년에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발표되었으나,

1991년에 일본 큐슈에서 발견된 Neottia kiusuana와 같은 종으로 밝혀졌고,

몇 년 후에는 전남에서도 발견되어 한라의 이름이 무색하게 되었다.

 

(한라산의 한라새둥지란) 

새둥지란이 발견된 선봉령 고갯길은 묘한 힘이 작용하는 듯하다.

백두산을 드나들며 습관처럼 차를 세우고 새둥지란의 안부를 묻는

그곳에는 인간이 남긴 냄새 고약한 유기물(有機物)이 무수히 있다.

그 땅에는 사람의 변의(便意)를 발동시키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 보면 그곳에서 새둥지란을 발견한 것이 우연만은 아니었다.


2016. 12. 4.

    



 



 

한라새둥지란

Neottia kiusuana T. Hashim et Hatus

 

산지 활엽수림 아래에 주로 자란다. 높이 6~15cm.

줄기는 갓 필 때는 상아색이었다가 점차 색이 거뭇해진다.

5~6월 개화총상꽃차례로 꽃이 피며 맨 아래의 포는 꽃보다 길다.

입술꽃잎은 안쪽에 자주색 무늬가 있고 2갈래로 갈라진다.

제주와 전남에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