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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버들까치수염의 이름에 대한 아쉬움


 


버들까치수염

Lysimachia thyrsiflora L.

 

고원지대의 습지에 자라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줄기는 곧게 서고 털이 많으며, 잎은 버들잎 모양을 닮았다.

6~7월 개화.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총상꽃차례에 자잘한 꽃이 달린다.

백두산 일대에 분포하며 근래에 강원도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2015622일자 강원일보에 인제군내의 생물자원조사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버들까치수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백두산의 우는토끼가 국내에도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정도라고 한다면

좀 과장된 비유겠지만 아무튼 그에 버금가는 경사였다.

 

버들까치수염은 북한에서도 북쪽 지방인 개마고원 지역과

백두산 지역의 습지에서 드물지도 흔하지도 않게 분포한다.

그리 희귀하거나 예쁘지도 않고 활용가치도 알려지지 않았으나

백두 고원의 식물이 이 땅에도 살고 있는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버들까치수염의 모습은 흔히 보는 까치수염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식물은 잎이 버들잎을 닮았고 꽃차례도 버들꽃과 비슷하며,

버드나무처럼 습지에 자라므로 앞에 버들을 붙인 것까지는 좋은데,

결국 까치수염의 한 종류로 묶어버린 뒷 이름이 이상했다.

 

버들까치수염은 같은 Lysimachia속의 좁쌀풀을 더 닮았다.

우선 노란색의 꽃이 피고 좁쌀풀처럼 습지에서 자라는데다가

꽃의 중심부가 붉은 색이어서 참좁쌀풀의 축소형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꽃차례는 영락없이 좁쌀을 뭉쳐놓은 모습이어서

'버들까치수염'보다는 버들좁쌀풀이 더 적합한 이름이다.


 

게다가 버들까치수염은 일본명인 야나기도라노(ヤナギトラノオ)

그대로 옮긴 이름이어서(한국 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더욱 껄끄럽다.

필연인지는 몰라도 어떤 식물명이 왠지 공감이 가지 않고 미심쩍어서

그 유래를 찾아가보면 십중팔구는 일본 이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 근대식물학 개척자들의 노고와 업적에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은 여전하나 가끔 이런 이름들이 섞여있어 옥에 티로 여겨진다.

이렇게 불편한 이름들을 후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로잡아준다면

가혹한 일제시대에 식물학의 기초를 잡았던 선구자들의 업적이

함부로 매도되지 않고 제대로 평가받지 않을까 싶다.

 

2016.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