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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백두산에 피는 물망초 왜지치


 


왜지치

Myosotis sylvatica Ehrh. ex Hoffm.

 

높은 산지의 숲속에 자라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5cm.

줄기는 곧거나 비스듬히 서며, 가지가 갈라지고 전체에 거센털이 있다.

5~7월 개화. 지름 6~8mm의 꽃이 잎이 없는 꽃대에 핀다.

함경도와 백두산 일대에 자생한다.

 

 





백두산 주변의 숲에서는 왜지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언젠가 아내가 꽃집에서 물망초를 사와서 한동안 길렀었는데

백두산의 왜지치는 그 물망초와 거의 같은 종으로 보였다.

물망초의 학명은 왜지치와 같은 Myosotis sylvatica를 쓰기도 하고,

M. scorpioides나 고산성 식물인 M. alpestris로도 쓰고 있다.

결국 Myosotis’ 라는 속명이 붙은 식물은 모두 '물망초'들이다. 

 

1910년대에 선교사인 남편을 따라 우리나라에 왔던 플로렌스 H. 크렌 여사가 쓴

<한국의 야생화 이야기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라는 책에는

속명이 다른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까지도 물망초로 소개하고 있다.

쑥부쟁이나 구절초의 이름을 잘 모르거나 글을 쓸 때 흔히 들국화라고 하듯이

 물망초 역시 그러한 보편적이고 문학적인 이름으로 여겨진다.


(김홍제 님 사진)  

물망초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옛날 신문에서 재미있는 칼럼을 발견했다.

1929412일자 동아일보에 애인 위하야 희생된 표증이라는 부제를 단

물망초 이야기가 실렸는데, 그 시대의 문체를 읽는 감칠맛이 별미였다.

몇몇 부분만 줄이고 가급적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사랑의 꿈에 취한 어떤청춘남녀가 석양에 손을 서로 잇글고  도나강언덕 길우를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서산으로 기울어가는 해빗은 잔잔히 흘르는 도나강물

기쓰를하고 넘실넘실 춤을 추엇다

처녀는 사랑에 꿈꾸든 눈을 우연히 강가으로 던질때에 거긔에는 가엽슨 꼿한송이

사나운물결에 떳다 잠겻다하얏다 처녀는 어떠케하면 저불상한꼿을 구해줄가하고

한참동안 가든발을 멈추고 궁리를하얏다

청년은 그러면 내 저꼿을구할터이니 슬퍼말라 위로하고 언덕알에로 발을 조심스러히

 떼며 나려갓다 청년은 잘닷지도안는 손을 억지로뻐치어 물결우에서 떠도는꼿을

건지랴할때에 별안간 발이 미끄러저 물속으로 텀벙빠젓다

처녀가 정신을노코 미칠듯이 언덕밋을 굽어볼 때 청년의 검은형테가 낭떨어지미테

나타낫다 그손에는 한가지의꼿이 단단히 쥐어잇섯다 청년은 죽을 힘을다하야 강가으로

헴처나오랴 하얏스나 급한물결은 그에게 헤어날힘을 주지안핫다 그는 기운이

풀어진팔을 물우로내어 쥐엇든꼿을 언덕우으로 던지며  나를 잇지말라불으지즈고

대로 떠나려갓섯다


  

물망초의 전설은 한 번쯤은 들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나,

이 옛 문체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 전으로 다녀온 듯했다.

이 글은 문장에 마침표도 쉼표도 없고 띄어쓰기도 이상했지만

고조할아버지가 남긴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 생물체들도 그 모습이 변하듯이

글이나 언어도 생명체처럼 변모하고 진화한 듯하였다.

 

 

2016.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