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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한겨울에 피는 국화 갯국


 


갯국

Ajania pacifica (Nakai) K. Bremer et C.J.Humphries)

 

바닷가의 풀밭이나 암석지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정도. 잎 뒷면에 솜털이 밀생하여 흰색으로 보인다.

11~2월 개화. 지름 1cm정도의 머리모양꽃차례 10~20개가

편평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생한다.

 

 

 






갯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남부지방의 바닷가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11월에 꽃망울이 맺히고

12월 중순 쯤에 활짝 피어서 해를 넘기면서도 꽃을 피워낸.

 

갯국은 일본의 동해안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원예용이나 조경용으로 들어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아직 대부분의 식물도감에 올라있지 않고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재배식물로 분류하고 있으나, 제주도나 남해안의 바닷가에서는

야생에서 잘 적응한 듯 해마다 자생지를 넓혀가고 있다.

 


갯국은 무엇보다도 잎이 아름다운 식물이다.

잎의 뒷면은 미세한 솜털이 덮고 있어서 흰색으로 보이는데,

솜털이 잎에 서리 테를 두른 듯한 모습이 특히 매력적이다.

깊은 겨울에 들면 잎 표면이 노랑, 주황, 갈색으로 물들어

잎 그 자체가 화려한 꽃이 되어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오래 전 어느 겨울, 제주도의 도로변에 조경용으로 가꾼

갯국을 처음 보았을 때는 별로 눈길이 가지지가 않았었다.

화단에 심어놓은 꽃이 아무리 신기하고 아름다울지라도

관심이 가지 않는 까닭을 뭐라고 딱 짚어 말할 수는 없으나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는 어떤 이질감 때문이었지 싶다.

 


그 후 십 년쯤 지나서 제주도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

다른 풀들과 어우러져 핀 갯국의 무리를 만났을 때는

쪼잔한 벼슬을 팽개치고 귀거래한 도연명을 만난 듯 반가웠다.

같은 종, 같은 모습이라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생명과

임의로 가꾸어지는 생명은 그 아름다움의 본질이 다르다.

 

2016.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