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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스님에게 맡긴 귀한 난초들


 


비자란

Thrixspermum japonicum (Miq.) Rchb.f.


계곡 주변 숲가의 나뭇가지에 착생해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착생란.

높이 3cm 정도. 줄기에서 가는 뿌리가 나오며, 잎은 2줄로 배열한다.

4~5월 개화. 꽃의 크기는 5~7mm이고 노란색이며 밑으로 처진다.

제주도에서도 매우 드물게 자생한다. 제주난초라고도 한다.

 

 



 

자연생태계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작은 난초들이 있다.

특히 금자란 탐라란 나도풍란과 같은 착생란들이 많이 사라졌다.

공유해야할 소중한 가치를 혼자 소유하려는 탐욕자들이 있었고

종이호랑이같은 법은 이 가여운 식물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도채꾼들은 제주도와 남해안의 깊은 숲과 절벽 구석구석을

수십 년 동안 샅샅이 훑어서 이들을 기어이 멸종에 이르게 했다.


(비자란)  

국립수목원에서는 살아남은 몇몇 개체를 뒤늦게 찾아내어

한라산 자락의 자그마한 개인 사찰에 있는 나무에 이식했다.

기구한 사연으로 아이를 스님에게 맡겼다는 옛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국가기관이 도적들로부터 이 아이들을  지켜줄 자신이 없어서 

스님에게 난초들의 안위를 맡기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이 난초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금자란이 4월 초순부터 피고

금자란이 시들어갈 무렵인 4월 하순에 석곡과 비자란이 핀다.

이어서 5월에는 차걸이란이, 6월에는 나도풍란이 차례로 핀다.

금자란과 비슷한 탐라란은 과거에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으나

도채꾼들의 헌신적인 멸종 노력으로 자연상태에서 사라진 듯하다.

    

(나도풍란) 

이 희귀한 난초들은 자연에서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온 나라의 꽃벗들이 해마다 성지순례라도 하듯 이곳을 찾는다.

스님은 귀한 난초 망보랴 손님 맞으랴 부처님 모실 시간이 없다.

적어도 서너 달 동안 이 암자에서는 난초들이 부처님이다.

 

불성이 있으면 우주와 연결된 세상 만물이 다 부처다.

이 모든 불편한 진실들도 부처의 눈으로 보면 편안해 질까.

귀한 난초를 꼭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어야겠다는 사람들이나

자연을 훔쳐 배를 채우는 사람들이나 부디 성불하기를 바란다.

 

2016. 10. 20.





 


금자란

Gastrochilus matsuran (Makino) Schltr.

 

숲속 나무줄기에 착생해서 자란다. 높이 3cm 정도.

줄기는 옆으로 기고, 잎은 2줄로 모여 난다.

4~5월 개화. 꽃의 지름 8정도.

제주와 남해에 매우 드물게 자생한다.

금자란은 금산자주난초의 줄인 이름으로

남해 금산에서 최초 발견되었고

잎과 꽃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데서 유래했다.



탐라란

Saccolabium japonicus Makino


숲속 나무줄기에 착생해서 자란다. 높이 3cm 정도.

줄기가 짧고 잎은 5~15장이 2줄로 어긋나게 달리며 가죽질이다.

꽃은 4~10개가 총상꽃차례로 피며 입술꽃잎 밑은 주머니모양이다.

제주도 남원일대에서 많이 자생하였으나 무분별하게 도채되어

자연상태에서는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권선희 님 사진) 

  


 

나도풍란

Aerides japonicum Rchb.f.


숲속 계곡이나 벼랑의 나무줄기에 자라는 착생란. 높이 15~20cm

뿌리는 굵고 줄기는 짧다. 잎은 2줄로 나고 약한 가죽질이다.

6월 개화. 꽃의 폭과 길이가 각각 15정도이다.

제주도와 전남 도서지역에 매우 드물게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