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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갯취에 남은 타케 신부의 발자취


  

갯취

Ligularia taquetii (H.Lev. & Vaniot) Nakai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1m 정도.

줄기는 곧게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뿌리잎은 타원모양이다.

5~6월 개화. 지름 2cm 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제주, 거제, 부산 등지에 분포한다.

 

 




 

제주도의 식물을 이야기할 때 타케 (Emile Joseph Taquet, 18731952)

신부의 이름은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주로 자라는 한라부추, 갯취, 섬잔대, 해변취, 한라꿩의다리 등

13종이나 되는 식물의 종소명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타케 신부는 프랑스에서 24세에 사제서품을 받은 후 바로 배를 타고

조선에 와서 1952년에 79세로 선종하였으며 대구에 묘지가 있다.

 

                        (서귀포 일대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당시의 타케 신부. 한라일보 사진)


타케 신부는 1902년부터 13년 동안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성직자라기보다는 하루 8시간씩 식물연구에 몰두하는 분으로 더 유명해졌다.

그가 채집한 표본은 유럽 각국의 대학이나 박물관에 팔리거나 기증되면서

유럽 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었고, 세계 식물사에 제주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는 표본을 보내 얻은 수익금으로 선교사업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식물 연구로 유명한 나카이는 1913년에 제주에 처음 오자마자

타케 신부를 찾아 표본을 감정하고 제주도 식물상을 최초로 집대성했다.

갯취의 학명인 'Ligularia taquetii (H.Lev. & Vaniot) Nakai'

타케신부가 이 식물의 표본을 유럽으로 보냈을 때 학자 두 사람이 먼저

학명을 정하면서 타케신부의 업적을 기려서 종소명에 그의 이름을 넣었고,

후일 나카이가 그것을 수정한 간략한 역사이다.

갯취의 처음 학명은 'Senecio taquetii '로 금방망이속으로 분류되었는데,

표본이 몇 달동안 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는 동안

금방망이로 둔갑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난 1949년에 발간된 <우리나라식물명감>(박만규)에서

섬곰취라는 우리말 이름이 처음으로 붙여지고, 같은 해에 나온 <조선식물명집>

(정태현, 도봉섭, 심학진)에서는 갯취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갯취라는 이름을 보면 바닷가에 주로 자라는 식물로 생각되겠지만

실제로는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오름에서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갯취의 학명을 그대로 번역하면 타케곰취가 된다.

타케 신부는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에 와서 평생을 사제로 봉사하였고,

특히 제주의 식물에 애정을 가지고 세상에 알렸으며 이 땅에 묻힌 분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식물 하나쯤은 그의 이름을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

그의 우리나라 이름 엄택기(嚴宅基)를 써서 택기곰취는 어떨는지...

 

 

201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