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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괭이싸리의 유래를 찾아보니



  괭이싸리

Lespedeza pilosa (Thunb.) Siebold & Zucc.

 

산이나 들에 자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 길이 60cm 가량.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밀생하고 줄기는 보통 땅을 긴다.

8~9월 개화. 비수리와 닮았으나 줄기에 털이 길고 부드러우며 잎이 넓다.

주로 중부이남에 분포한다.

(인경호 님 사진)

 





  

괭이싸리는 여름이 고비를 넘길 때쯤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 무렵 이른 아침의 괭이싸리는 가지런하게 늘어진 줄기에

무늬처럼 잎이 달리고 잎마다 이슬이 맺혀 무척 아름답다.

게다가 흔히 보이는 꽃은 아니어서 만남이 더욱 반가운데, 

줄기와 잎이 고양이처럼 부드러워서 괭이싸리인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괭이싸리는 개싸리와 함께 일본명을 가져온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근대식물분류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름이 없었던 식물이 많아서

1937년에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들 때 일본 이름을 얻어 쓴 것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책을 펴낸 선구자들의 노고는 존중하지만 이런 점은 옥의 티로 여겨진다.

 

(배영구 님 사진) 

어떤 식물에서 느끼는 정서가 나라마다 같다면 이런 아쉬움이 없겠지만

그런 공감대가 없을 때는 남의 나라 이름이라는 배타적 감정이 생긴다.

예컨대 별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꽃이 별을 닮았다고 공감하기 때문에

이름에 시비가 걸리지 않지만 괭이싸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 자료에 의하면 개싸리는 싸리보다 볼품이 없고 털이 많다는 의미고

괭이싸리는 개싸리에 상대되는 이름으로, 단순히 털이 많다는 이유뿐이다.

 

정태현 선생에 이어 우리나라 식물학계의 개척자로 존경받는 박만규 선생은

1949년에 발간된 <우리나라 식물명감>에서 괭이싸리를 털풀싸리로 명명하였다.

이 이름은 학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이 식물이 싸리의 일종이면서도

보통 싸리와는 달리 초본이고, 털이 많은 특징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털풀싸리뿐만 아니라 박만규 선생이 펴낸 책에서는 일본의 식물명을

우리 정서와 분류계통에 맞게 새로 지은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정태현 선생과 함께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들었던 이덕봉 선생의 회고록에는

박만규 선생에 관한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선생님은 나까이와 같이 채집에 나서되 절대로 나까이 뒤를 따르지 않고,

같은 산이라도 다른 골짜기를 누비며 채집을 하셨다는데,

저녁이 되면 정 선생님이 채집한 것은 다 자기가 지적한 것이므로 볼 필요가 없으나,

혹시 박 선생님이 그가 보지 못한 식물을 채집한 것이 없나 알아보기 위해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선생님의 채집물을 보고자 했다 한다.

그러다가 자기가 못 본 식물이 나오면 그렇게 좋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선생의 기지요 탐구정신이었던 것 같다.

 

박만규 선생의 이런 기질은 이분이 일본명을 그대로 번역한 식물이름을

우리 정서에 맞고 이해하기 쉽도록 새로 붙인 노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박만규 선생이 붙인 이름들이 국명으로 많이 채택되지 못한 까닭은 우리 학계에

나카이와 정태현 선생의 그림자가 너무 큰 까닭이 아닐까 추측해 볼 따름이다.

언젠가는 괭이싸리를 털풀싸리로 부르게 될 날이 올는지 모르겠다.

 

2016. 11. 12.

 

 




 



 


 

개싸리

Lespedeza tomentosa (Thunb.) Siebold ex Maxim.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높이 1m 정도.

줄기는 작은키나무 모양으로 자란다.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많이 나고

잎은 3장의 작은잎으로 된 겹잎이다.

8~9월 개화. 꽃은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비수리

Lespedeza cuneata G.Don

 

양지바른 들에 자란다. 길이 1m 정도.

줄기는 곧게 서다가 비스듬히 눕는다. 전체에 털이 나고

잎은 3장의 작은잎으로 된 겹잎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8~9월 개화. 가축의 사료로 쓰거나 빗자루를 만들어 쓴다.

남성의 정력에 좋다고 하여, 밤에 문을 연다는 뜻의

야관문(夜關門)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