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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벼룩을 닮은 큰벼룩아재비


 

  큰벼룩아재비

Mitrasacme pygmaea R.Br.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마전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2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이 달리지 않으며 잎은 줄기 밑동에 달린다.

7~9월 개화. 지름 5mm 정도의 꽃이 보통 원줄기 끝에 달린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4개이다.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큰벼룩아재비는 주로 남부지방의 풀밭에서 만나게 되는 식물이다.

자잘한 잎이 땅에 붙어있다시피 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줄기는 가늘고 잎을 달고 있지 않아서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오직 벼룩 크기의 하얗고 작은 꽃들만 풀밭에 떠 있는 꼴이다.


  

                                   (큰벼룩아재비)


이처럼 식물이 동물의 아재비가 된 이름은 이상하지만,

줄기와 잎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꽃만 떠있는 듯한 모습은

높이뛰기 선수로 유명한 벼룩을 닮았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이 식물의 줄기 높이가 5~20cm여서 그 끝에 꽃이 피므로

벼룩이 튀는 높이와 기막히게 비슷한 점도 재미있다.

 

정작 벼룩아재비라는 식물에서는 그리 벼룩다운 구석이 없다.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며 약간의 굴절이 있어서 높이가 낮고

줄기잎이 두드러져서 벼룩이 가볍게 튀어오르는 느낌이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의 작은 섬 한 곳에서만

몇 개체 발견될 정도여서 지속적인 생존도 불투명한 식물이다.


(벼룩아재비) 

벼룩의 아재비를 이야기하면서 벼룩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벼룩은 사람의 몸에 기생하며 피를 빨아먹는 백해무익한 해충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벼룩에게 몹시 시달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서양의 어느 시인은 벼룩이란 제목으로 기발한 시를 남겼다.


이 시는 벼룩이 이미 두 사람의 피를 빨아 제 몸 안에 섞었으니

뭘 더 망설이냐며 침대에서 여인을 유혹하는 에로틱한 시다.

흥미롭게도 이 시인이 감동적인 설교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성공회의 사제였기 때문에 이 시는 그가 죽은 후에 공개되었다.

 

이 벼룩은 나를 먼저 빨고, 이제는 그대를 빨고 있소.

그리고 이 벼룩 속에서 우리의 두 피가 섞여 있소.

당신은 알 것이오. 이것이 더 이상 죄 또는 수치심,

또는 처녀성의 상실로 말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이 벼룩은 구애하기 전에 이미 즐기고

둘로 이루어진 하나의 피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소.

그리고 이것은, 아아, 우리가 하려고 하는 그 이상의 것이 되었소.

 

존 던 (John Donne, 1572~1631)의 시 벼룩(The Flea) 중에서

 

2016. 11. 9.





    

벼룩아재비

Mitrasacme alsinoides R.Br.

 

들의 습지에 주로 자란다. 높이 5~15cm. 6~10월 개화.

지름 5mm 내외의 작은 꽃이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달린다.

줄기 밑에만 잎이 모여 나는 큰벼룩아재비와 다르게

줄기 중간에도 잎이 달리며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전남 서해안의 일부 지역에 매우 드물게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