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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개곽향 형제들의 뒤죽박죽 이름


 


개곽향

Teucrium japonicum Houtt.

 

산과 들의 양지 또는 반그늘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 옆으로 뻗는 기는줄기가 있고 가지가 갈라진다.

7~9월 개화. 꽃의 길이는 약 8mm, 꽃차례는 길이 3~10cm로서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돌려나기 모양으로 달린다.

    






 

꿀풀 가문의 개곽향 집안에는 4형제가 있다.

맏이는 1937년생으로 개곽향이고 둘째는 49년생 곽향이며,

셋째, 넷째는 69년생 쌍둥이로 덩굴곽향과 섬곽향이다.

누가 보더라도 첫째와 둘째의 이름은 뒤바뀐 것처럼 이상하다.

곽향이 먼저 나오고서야 개곽향이 나오는 것이 순리기 때문이다.

    

개곽향보다 먼저 있었던 원래의 곽향은 배초향의 다른 이름으로,

이를 말려서 이질, 설사, 식중독 등을 치료하던 한약재명이기도 하다.

옛날에 곽향이라는 처녀가 구토와 두통으로 몸져누운 시누이를 위해

약초를 캐러 갔다가 독사에게 물려서 겨우 집에 와서 약초를 전해주고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곽향' 역시 배초향이다.


따라서 개곽향의 이름은 배초향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약효는 없다는 의미로 붙였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1949년에 배초향이 아닌 곽향<우리나라 식물명감> (박만규)

개곽향의 동생으로 호적에 올라 혼란이 생기고 형의 체면도 구겨졌다.

원래의 곽향, 즉 배초향과의 혼동이 없도록 다른 이름을 붙였어야 했다.

이런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1982년에 몇몇 학자들이 개곽향보다 덩치가 작은

동생 '곽향'을 좀개곽향으로 명명했지만 국명으로 채택이 되지 않았다.


(배초향(곽향)과 많이 닮은 개곽향)  

1969년에는 이창복박사의 논문 <우리나라 식물자원>에 개곽향의

쌍둥이 막내가 덩굴곽향과 섬곽향으로 출생 신고가 되었다.

이들 또한 둘째의 이름이 좀개곽향으로 제대로 붙여졌더라면

덩굴곽향은 덩굴개곽향, 섬곽향은 섬개곽향으로 지어졌을 것이다.

 

덩굴곽향의 이름은 그렇다 치고 지금까지 이 식물에서 덩굴을 보았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이 역시 그 유래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섬곽향은 1960년대에 어느 식물학자에 의해서 발견되었겠지만

그 이후 많은 동호인들이 찾아다녀도 그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한마디로 개곽향 형제들의 이름을 보면 아무런 질서나 규칙이 없다.

물론 식물의 이름이 엄격한 규칙을 따르기만 한다면 감칠맛도 없고

왜 그럴까 하는 상상력을 발동해볼 여지가 없이 무미건조할 것이다.

다만 처음에 이름을 붙인 학자들이나 후학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그 이름에 대한 유래도 잘 기록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2016. 12. 10.




 

 


 


곽향

Teucrium veronicoides Maxim.

 

높고 깊은 산지의 숲속에서 자란다. 높이 20~30cm.

전체에 길이 1~2mm의 퍼진 털이 있으며 때로는 가지가 갈라진다.

잎의 끝이 둥근편이고 폭이 넓다. 7~9월 개화.

길이 4~8cm의 꽃차례에 한 방향으로 성기게 피는 편이다.

한라산과 강원, 충북, 경남 등지에 매우 드물게 분포한다.

(배영구 님 사진)  

    

 


덩굴곽향

Teucrium viscidum var. miquelianum (Maxim.) Hara

 

산지의 나무그늘이나 냇가 근처에서 자란다. 높이 25~40cm.

줄기 아래로 꼬부라진 털이 있으며 가지는 거의 갈라지지 않는다.

7~8월 개화. 곽향처럼 한 방향으로 꽃이 달리나 다소 촘촘하다.

곽향과 비슷하여 털, , 꽃차례 등으로 종합판단해야 한다.